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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이혼으로 가출을 반복하던 A(19)씨는 남자 친구와 동거하면서 아이를 출산했다. 아이를 키울 경제적 여건이 안 되고 부모의 도움을 받을 처지도 아니었던 A씨는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 아이를 입양 보내기로 했다. 출생신고를 마친 A씨의 아이를 위탁받은 입양기관은 1년간 아이를 입양할 국내 가정을 알아봤지만 원하는 가정을 찾지 못해 결국 미국으로 입양보냈다.

한국의 경제 규모가 세계 11위(국제통화기금 기준)로 성장했지만, A씨의 아이처럼 작년 한 해 동안 미국에 입양한 우리나라 아이들의 수가 중국, 에티오피아에 이어 셋째로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5일 중앙입양원에 따르면 작년에 미국이 입양한 전 세계 아동은 5648명으로 이 중 중국이 2354명으로 가장 많았고, 에티오피아(335명)에 한국은 318명으로 셋째로 많았다〈그래픽〉. 우리보다 경제 규모가 나쁘거나 비슷한 인도네시아나 스리랑카는 1명, 대만은 59명에 그쳤다.

◇해외 입양, 미국으로 75% 떠나

한국 아동의 미국 입양 규모는 그동안 4~5위권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오다 2013년 한때 15위로 떨어졌다. 당시 아이를 입양시키려면 우선 출생신고를 하고 법원에서 입양 허가를 받도록 하는 '입양특례법'이 만들어지면서 미혼모들이 출생신고 등 과정에서 신원이 노출될 우려가 있다는 등 이유로 입양 자체를 꺼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4년 5위로 예년 수준을 회복한 뒤 작년엔 3위로 뛰어오른 것이다.

2000년대 이후 미국에 입양보내는 우리나라 아이의 규모는 지속적으로 줄고 있지만 입양 규모 순위는 5위권 이내 수준이다. 그간 미국의 주요 입양 국가였던 러시아가 2013년부터 미국과 관계 악화로 입양을 전면 금지했고, 아이티·우간다·콩고 등은 자체적으로 해외 입양을 까다롭게 만든 반면 한국은 입양아 10명 중 7.5명꼴로 미국으로 몰리기 때문이다.

저출산으로 신생아가 매년 감소하는데도 한국의 해외 입양이 여전한 것은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한 미혼모가 많기 때문이다. 중앙입양원에 따르면 해외 입양아의 95%가 미혼모의 자녀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014년 법적 부부가 아닌 상태에서 태어난 혼외자(婚外子)는 8459명(전체 신생아의 1.9%)이었다. 이 중 해외 입양 가는 아동이 2~3% 수준이고, 국내 입양까지 합치면 10%를 넘는다. 요컨대 미혼모 자녀 10명 중 한 명은 해외나 국내 입양을 가는 셈이다.

중앙입양원 관계자는 "사회적 편견에 시달리는 미혼모들이 혼자서 아기를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혼자서 아기를 키우면 자녀가 12세까지는 양육비로 월 10만원 지원하는데, 그나마 취업해 소득(월 143만8643원 이상)이 생기면 지원이 끊기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입양한 부모에게 주는 지원금이 위탁 가정(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할머니 등 친·인척에게 위탁하는 경우)에 주는 지원금보다 훨씬 적은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입양기관에서 국내 입양을 5개월~1년 추진하다가 안 되면 해외로 보내는데, 이를 2~3년으로 늘려서 국내 입양에 좀 더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입양, '건강한 딸'선호 뿌리 깊어

국내 입양은 2007년 1388명으로 처음으로 해외 입양(1264명)을 추월했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 입양은 활발하지 못하다. 2012년 입양할 때 출생신고를 의무화하고, 자녀를 입양할 부모에 대한 조건 등을 까다롭게 하는 등 입양특례법을 만들면서 오히려 600명대로 추락했다. 특히 건강한 딸만 원하는 입양 행태도 걸림돌이다. 2014년의 경우, 국내 입양에서 여아(414명)가 전체 입양아의 65%를 차지한 반면, 해외 입양은 남아(438명·82%)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중앙입양원 관계자는 "재산 상속 등 추후 문제가 불거질 것을 우려해 국내서는 남아 입양을 꺼리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래픽] 2015년 미국으로 입양된 국가별 아동 기고자 : 김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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