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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싸움이 어른 싸움으로 번지는 일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도 자주 일어난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가운데 일부가 아이들 간의 다툼을 SNS에 올려 여론 재판을 유도하는 것이다.

충남 천안시의 한 초등학교 1학년 김주영(7·가명)군은 입학한 지 한 달도 안 돼 문제아로 낙인찍혔다. 김군이 지난 3월 실내화 주머니를 휘두르며 같은 반 친구를 위협하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이 카카오스토리를 통해 학부모들 사이에 퍼졌기 때문이다. 동영상을 본 다른 학부모들이 자기 자녀에게 "주영이와 어울려 놀지 말라"고 하면서 김군은 '왕따'가 됐다.

이 영상은 김군과 싸운 상대 학생의 어머니가 촬영한 것이었다. 이 어머니는 우연히 학교에 들렀다가 싸움을 목격하고는 자기 아들이 위협받는 장면 위주로 동영상을 찍어 SNS에 올렸다. 실제 싸움에서는 김군이 상대 학생에게 멱살을 잡히기도 했지만, 그런 부분은 동영상엔 빠져 있었다.

김군의 어머니는 "동영상이 퍼진 뒤 열심히 해명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며 "'폭력 학생'이 돼 버린 아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전학 보내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초등학생 6학년 딸을 둔 김모(42)씨는 지난 3월 "딸이 새로 사준 휴대폰 배터리 충전기를 잃어버렸는데, 우리 딸 얘기로는 민지(가명)가 가져갔다더라"는 글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이 글을 본 민지양의 어머니가 "남의 딸을 도둑 취급하다니 그 엄마에 그 딸이네. 가정교육에 문제가 있는지, 그 집 딸은 산만해서 선생님이 자주 야단친다더라"는 내용의 글을 SNS에 올려 싸움이 커졌다. 이 학교 교사 성모(27)씨는 "요즘 자녀 싸움이 학부모들 간의 SNS 싸움으로 번지고, 결국 '담임은 뭐 하는 거냐'며 교사에게 불똥이 튀는 일이 잦다"면서 "학부모들이 SNS에서 '여론 재판'을 유도하는 것은 피해 학생에게 2차 피해를 가하는 또 다른 형태의 사이버 폭력"이라고 말했다. 기고자 : 손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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