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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열리는 북한의 7차 노동당 대회는 '김정은 정권'의 방향을 가늠하는 풍향계가 될 전망이다. 국책 연구소 관계자는 5일 "김정일 사망 이후 현재까지 4년5개월은 김정일에서 김정은 시대로 가는 과도기로 봐야 한다"며 "이번 당 대회를 통해 김정은 시대 핵심 측근과 안보·경제 구상 등이 윤곽을 드러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새 감투' 쓸까

'김일성 주석' '김정일 총비서'처럼 김정은이 새로운 통치 타이틀을 내걸 가능성이 있다. 김정은은 데뷔 무대였던 2010년 당대표자회를 통해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올랐고, 김정일 사망 이듬해(2012년) 열린 제4차 당대표자회에서 노동당 제1비서를 차지하며 당을 접수했다. 그 무렵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도 올랐다. 현재 노동당 체제에서 김정은이 추가로 필요한 자리는 없는 만큼 현재 직위에 재추대될 수도 있다.

김정은이 당 쇄신과 자신의 권위를 위해 당 직제에 손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최고 지도자에 해당하는 새로운 자리를 만들 것이란 의미다. 대북 소식통은 "김정은이 노동당 최고 기관인 당중앙위원회 위원장으로 추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당 중앙위원장은 과거 김일성이 맡았던 자리로 1966년 당 기구 개편 때 폐지됐다.

일각에선 김정은이 주석 또는 총비서에 오를 것이란 전망도 한다. 그러나 이미 김일성이 '영원한 주석', 김정일이 '영원한 총비서'로 추대된 점을 감안할 때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평가다. 고위 탈북자 A씨는 "김정은이 만약 할아버지나 아버지에게 바친 자리를 차지한다면 '패륜아' 소리를 듣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여정, 공식 부상하나

당 대회 마지막 날에는 당 지도부가 결정된다. 김정은 시대를 이끌 핵심 엘리트들이 당의 요직에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36년 전 6차 당 대회 때는 김정일이 최고 지도부(정치국 상무위원)에 진입했다. 김정은이 새 직책을 맡는다면 이날 발표된다.

정부 당국은 김정은 여동생인 김여정의 부상을 주목하고 있다. 김여정이 당의 고위직을 차지할 경우 과거 김정일·김경희처럼 '김씨 남매'가 북한 권력의 일선에 서게 된다. 올해 초 북한 TV가 김경희 일대기를 집중 조명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현재 김여정은 선전선동부 부부장으로 당의 선전 업무를 장악한 데 이어 핵심 당 부서인 조직지도부(인사·조직 담당)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여정은 김정은이 신뢰하는 유일한 '백두 혈통(김씨 집안)'이다. 정부 관계자는 "김정일은 말년에 '믿을 건 핏줄밖에 없다'는 말을 자주 했는데, 김정은도 배운 게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세대교체도 예상된다. 강석주 당 국제비서, 김기남 당 선전비서 등 70~80대 원로들이 퇴진하고 50~60대가 전진 배치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신화통신 "남북, 미·북 관계 돌파구 내놓을 수도"

당 대회는 대외 정책 방향도 제시한다. 중국 신화통신은 4일 "조선(북한)은 남북 관계 개선 방침이나 북·미 관계와 관련한 새로운 제의로 외교적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며 "대화를 통해 핵문제를 해결하려는 제의를 한다면 긴장이 고조된 한반도 정세와 교착된 북·미 관계가 누그러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국책 연구소 관계자는 "핵 보유에 매달리는 북한이 한·미를 만족시킬 만한 새 제안을 내놓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대남 정책의 경우 북한은 1980년 6차 당 대회 때 고려연방제 통일 방안을 제시했다. 1961년 4차 당 대회 때는 남북 자유선거를 통한 통일 정부 수립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북한은 4차 핵실험 이후 남북 관계를 포기한 듯한 인상"이라며 "두 개의 조선, 즉 영구 분단을 염두에 둔 정책이나 언급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핵 보유' 당 규약에도 못박을 듯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김정은은 당 대회 첫날 개회사와 업적 보고 등에서 '핵 강국'을 선언하고 '핵·경제 병진 노선'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헌법보다 상위인 당 규약을 바꿔 '핵보유국'이란 표현을 넣을 가능성도 크다. 북한은 2012년 4월 개정 헌법에서 '핵보유국'을 명기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경제적 업적이 없는 김정은은 핵 업적에 매달릴 것"이라고 했다.

◇말 잔치로 끝날 경제 청사진

과거 당 대회는 '경제 청사진'을 내놨다. 1차 경제 5개년 계획(3차 당 대회), 경제 7개년 계획(4차 당 대회), 경제 6개년 계획(5차 당 대회) 등이 사례다. 대북 소식통은 "김정은은 '핵 강국'이 됐으니 이제는 인민 경제 향상에 나설 때라는 논리를 펼 것"이라며 "그러나 북한이 어떤 경제 청사진을 내놔도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국제사회의 제재 때문에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했다.

기고자 : 이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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