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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대회 편역｜보림｜348쪽｜1만5000원

'한 집안에서 아들 셋을 낳았는데/ 가운뎃놈은 양 볼이 납작하네/ 바람이 불어 앞서거니 뒤서거니 떨어지니/ 누가 형이고 누가 아우일까(一家生三子 中者半面平 隨風先後落 難弟亦難兄)'

조선 중기의 문신으로 선조 때 영의정을 지낸 이산해(1539~1609)가 일곱 살 때 지은 '세 톨 밤'이라는 시다. 밤 한 송이에 들어 있는 세 톨 밤알을 한 배 속에서 난 삼형제로 보고, 바람에 순서도 엇갈리게 떨어지는 모습을 출생에 비유했다. 보고 느낀 바를 그대로 표현하면서도 '난형난제'라는 사자성어까지 인용하는 솜씨는 아이의 수준을 넘어선다.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이자 정갈하고 유려한 한시 번역으로 유명한 저자가 평소 옛 문헌을 읽으면서 모아 놓았던 동시를 묶어 책으로 펴냈다. 김시습, 이이, 이산해, 정약용 등 140명의 선현들이 어릴 때 쓴 약 200편의 시를 번역하고 일일이 평을 달았다. 운자(韻字)를 맞추지 않았거나 대강 맞춘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예나 지금이나 동심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 수 있다.

이번 책에는 창작 당시 나이 기준으로 3세부터 13세까지 작가들이 쓴 시들이 모였다. 아이들이 쓴 시라고 만만하게 볼 것은 결코 아니다. '천성은 (딱딱한) 맷돌에서 왔지만 부드러워서 이 빠진 노인에게 좋다'고 노래한 매월당 김시습의 '두부'는 다섯 살 아이의 솜씨라고 믿기 힘들 정도다. 한시 원문과 번역을 비교하면서 읽는 재미도 크다. 대상 독자 연령은 12세 이상. 기고자 : 신동흔
본문자수 : 7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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