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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6일 3467명의 당 대표자 앞에서 직접 노동당 7차 당 대회의 개회사와 사업 총화 보고(업적 보고)를 낭독했다. 조선중앙TV가 연설 전체를 공개하진 않았지만, 자신이 내세운 '핵·경제 병진 노선' 덕분에 북한이 '주체의 핵 강국'이 됐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당 수위(首位)' 오르나

조선중앙TV는 이날 밤 10시 30분 김정은의 개회사를 녹화 방송하면서 이번 당 대회의 의제 5개를 소개했다. 이 중 네 번째가 '김정은 동지를 우리 당의 최고 수위(首位)에 높이 추대할 데 대하여'였다. 정부 당국자는 "과거 김일성은 '중앙인민위원회 수위'란 타이틀로 북한을 통치했다"며 "김정은도 '수위'란 감투를 쓸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중앙인민위원회는 1972년 채택된 사회주의헌법에 따라 신설된 '국가주권의 최고지도기관'으로 1998년 헌법 개정 때까지 존재했다.

김정은이 노동당 최고 지도기관인 당중앙위원회의 위원장으로 추대될 가능성도 있다. 김정은이 당 쇄신과 자신의 권위를 위해 당 직제에 손댈 수 있다는 것이다. 당 중앙위원장은 과거 김일성이 맡았던 자리로 1966년 당 기구 개편 때 폐지됐다.

이날 김정은은 개회사에서 최현·오진우 전 인민무력부장, 김양건 전 대남비서, 전병호 전 군수비서, 리제강·리용철 전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조명록 전 총정치국장 등 지금까지 사망한 '혁명 열사'들을 열거하며 "이들의 희생의 대가가 있어 혁명의 빛나는 승리가 있고 사회주의 조국에 오늘의 영광이 있다"고 했다. 이어 "제국주의 연합세력의 압살 책동을 짓부시고 자랑찬 승리의 연륜을 아로새겨올 수 있었다"며 "조선노동당은 전도양양한 강철의 혁명적 당으로 강화·발전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당 대회는 영광스러운 김일성·김정일주의 당의 강화발전과 사회주의 위업의 완성을 위한 투쟁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마련하는 역사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며 "우리 당과 혁명발전에 뚜렷한 자욱을 남기는 역사적인 대회로 주체혁명 위업의 종국적 승리를 앞당기기 위한 총진군 대회로 되리라는 것을 확신한다"고 했다.

개회사에 이어진 사업 총화 보고(업적 보고)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김정은은 1980년 6차 당 대회 이후 선대 수령(김일성·김정일)과 자신의 업적을 선전하고 '강성 국가' 건설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정은은 2013년 3월 자신이 처음 내세운 '핵·경제 병진 노선'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데 연설의 대부분을 할애한 것으로 관측된다. 노동신문도 이날 사설에서 "우리 조국은 수소탄까지 보유한 천하무적의 군사강국, 주체의 우주강국으로 위용을 떨치고 있다"고 했다.

◇노동신문 "우리 대에 인민 낙원"

김정은이 이처럼 핵 무력 증강을 치적으로 내세우며 핵·경제 병진 노선의 정당성을 강조한 것은 "인민들을 다그쳐 경제 발전을 이루고 부족한 통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안보부서 관계자는 "오늘자 노동신문에 '우리 인민들이 전쟁을 모르고 안정된 생활을 누리게 됐다'는 표현이 나온 것처럼 핵·경제 병진 노선의 숨겨진 뜻은 '당이 핵 강국 건설로 안보 걱정을 없앴으니 인민들은 경제 발전으로 보답하라'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당 대회 이후 제2, 제3의 '70일 전투(강제 노동력 동원)'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노동신문도 이날 "사회주의 완전 승리를 이룩하려면 아직 멀고도 험난한 길을 헤쳐야 한다"며 "당의 영도를 충직하게 받들어 우리 대(代)에 반드시 통일되고 강성 번영하는 천하제일 강국, 인민의 낙원을 일으켜 세워야 한다"고 했다. 김정은이 언급한 '휘황한 설계도'가 실제로는 경제 건설 현장에 인민들을 동원하기 위한 술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김정은 우상화도 가열

이날 조선중앙TV가 아침 일찍부터 특별 방송을 내보내는 등 북한 관영 매체들은 종일 당 대회 분위기 띄우기와 김정은 우상화에 '올인'했다. 조선중앙TV는 평소보다 7시간 이른 오전 8시 30분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초상화를 내보내며 방송을 시작했다. '위대한 우리당에 영광을 드린다' '당 대회와 더불어 빛나는 연대기들' 등 특집물들에 이어 '김정은 동지의 당'이란 표현이 들어간 서사시를 소개했다.

지난 4일 1만7700자 분량의 정론(칼럼의 일종)을 통해 김정은을 '21세기의 위대한 태양'으로 치켜세운 노동신문은 이날도 "오직 그이(김정은) 계시어 우리에게는 세상이 있고 생이 아름다우며 미래가 찬란하다"며 "세월을 앞당기며 인민의 꿈을 꽃피우는 그이의 발걸음에 이 행성이 움직인다"고 했다. 또 "영광의 대회장에 찬란히 빛나는 우리 태양 김정은 동지" "경애하는 그이만 계시면 시간과 정의는 영원히 우리 편"이라고 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이처럼 김정은 우상화에 조급하게 매달리는 것은 역설적으로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권위를 세우기 어렵다는 얘기"라고 했다. 기고자 : 이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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