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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현대사에 정·재계를 넘나드는 큰 족적을 남긴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93)이 지난 7일 오전 3시 30분 서울 신사동 자택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구태회 회장은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여섯 형제 중 넷째로, 형제들과 함께 범(汎)LG그룹의 기틀을 닦았다.

고인(故人)의 인생에는 파란만장한 한국 근현대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구태회 회장은 1923년 경남 진양군 지수면(현재 진주시)에서 태어나 진주중학교와 후쿠오카(福岡)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이후 일본군에 징집당해 만주로 파병됐다가 탈출, 광복 후 광복군의 일원으로 귀국했다.

6·25전쟁이 발발한 1950년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당시 락희화학(현재 LG화학)에 전무로 입사해 금성사 부사장, 금성전선 부사장을 지냈다. 그는 락희화학 근무 당시 플라스틱 화장품 용기 뚜껑을 도입해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이끌었다. 소비자들은 유리 용기와 달리 가볍고 잘 깨지지 않는 플라스틱 뚜껑에 열광을 했다. 락희화학은 이 일을 계기로 플라스틱 사업에도 뛰어들어 한국 최초의 플라스틱 빗과 비눗갑, 칫솔 등을 만들었다.

구태회 회장은 1958년 민의원에 당선된 것을 시작으로 정계에 투신했다. 이후 6대부터 10대까지 내리 국회의원에 당선된 것까지 포함 총 6선(選)을 했고, 1976년 국회 부의장, 1979년 공화당 정책위 의장을 역임했다. 구태회 회장은 제5공화국 수립과 함께 정계에서 은퇴, 이후 럭키금성그룹 고문, LG그룹 창업고문 등을 역임했다. 2003년에는 동생인 고(故) 구평회 E1 명예회장, 고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과 함께 LG그룹에서 분리해 LS그룹을 창립했다.

구태회 회장의 별세로 고 구인회 창업주, 둘째 고 구철회 LIG그룹 명예회장, 셋째 고 구정회 전 LG전자 사장, 다섯째 고 구평회 E1 명예회장, 여섯째 고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 등 LG그룹 창업 1세대가 모두 타계했다.

구태회 회장은 1939년 열여섯 살 나이에 혼례를 맺은 고 최무 여사와 70년 넘게 해로했다. 그는 2010년 본인의 미수(米壽)연에서 "70여 년을 함께해준 아내를 존경한다"고 말해 각별한 부부애를 보이기도 했다. 슬하에 4남 2녀를 뒀으며 유족으로는 장남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전 LS그룹 회장), 구근희씨, 구자엽 LS전선 회장, 구혜정씨, 구자철 예스코 회장 등이 있다. 셋째 아들인 구자명 전 LS니꼬동제련 회장은 2014년 지병으로 별세했다.

고인의 차남 구자엽 LS전선 회장은 "아버지는 선비처럼 올곧은 분이셨다"면서 "정치를 하실 때도 '혹시라도 옳지 않은 일과 타협을 할지도 모른다'며 함부로 술자리를 갖지 않으실 정도였다"고 추억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20호실이며, 발인은 11일 오전 9시 30분. 장지는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광주공원묘원. (02)3010-2631

기고자 : 정철환 김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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