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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현지 시각) 오후, 프랑스 파리에 있는 카페 '아 라 본 비에르(A la bonne biere)'에는 낮시간을 즐기려는 시민들이 줄을 이었다. 20석 남짓한 테라스는 일찍 들어찼고,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카페 주변을 서성였다. 6개월 전 이곳에선 테러범들의 총기 난사로 5명이 숨지는 사건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참사의 흔적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다에시(Daesh·IS를 격하해 부르는 말)가 좋아하게 움츠려 있을 이유가 없죠. 카페 문을 닫거나 시민들이 카페를 피하는 건 테러에 굴복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카페에서 맥주를 마시던 대학생 리디아(22)씨는 '무섭지 않으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파리에서는 작년 11월 13일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동시다발적인 테러 공격으로 130명이 사망하는 테러 사건이 일어났다. 그러나 테러 발생 6개월이 지난 지금, 파리 시민들은 빠른 속도로 일상을 회복하고 있다. 또 일어날지 모를 테러에 대비해 시민들은 곳곳에서 벌어지는 군·경의 번거로운 불시 검문검색을 달게 받아들이고 있다. 테러 직후부터 시작된 '애국 입대' 행렬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줄어들지 않는 '애국 입대' 문의 행렬

파리 테러 당시 참극을 겪은 카페·레스토랑들은 대부분 수리를 마치고 영업을 재개했다. 당시 90명이 사망한 바타클랑(Bataclan) 극장은 올 11월 문을 여는 것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 중이다.

테러 이후 가장 달라진 것은 육군 입대 문의 건수이다. 테러 발생 전 하루 평균 500여건이었던 문의 건수는 테러 직후 1500건으로 3배로 증가했다. 프랑스 매체들은 시간이 지나면 지원자가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전례 없는 입대 문의 행렬은 6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육군 신병 모집 담당자 티에리 마르샹(Marchand)은 프랑스 매체 샬라주에 "이전까지 젊은이들은 경제적 이유로 군에 지원했는데, 작년 11월 테러 이후엔 '의미 있는 삶을 살자' '우리 사회를 지키자' 등의 이유로 입대를 결심하는 이가 많아졌다"고 했다. 경찰 지원자도 크게 늘었다. 지난 3월 경찰관 모집 시험엔 3만5662명이 지원했는데, 이는 작년에 비해 42%가 증가한 수치이다.

현지 매체들은 이 같은 현상을 '샤를리 효과'라고 평가했다. 작년 1월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Charlie hebdo)'가 테러를 당한 이후부터 이런 애국 입대 문의가 늘기 시작해 파리 테러 이후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불편한 검문·검색에도 "당연한 일"

테러 이후 파리 시민들의 일상에는 '불시 검문·검색'이 추가됐다. 테러 직후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되면서 완전 무장한 군인과 경찰이 거리를 순찰하면서 수시로 검문·검색을 하고 있다. 관공서와 백화점, 관광지, 규모가 큰 소매점 등에 들어가려면 소지품 검색까지 받아야 한다. 가방은 물론, 조그만 비닐봉지도 내용물을 확인받아야 입장할 수 있다.

매일 파리 시내를 오가는 시민들로선 불편한 일이지만, 불만을 토로하거나 항의하는 시민은 찾아볼 수 없다. 지난 5일 오후 커다란 배낭을 메고 파리 몽파르나스역 앞을 지나던 회사원 모간(29)씨는 한 군인의 요청에 싱긋 웃으며 배낭 속을 보여줬다. 검색이 끝난 뒤엔 '고생이 많다'고 인사하며 자리를 떴다. '귀찮지 않으냐'는 질문에 그는 "다시는 억울하게 희생되는 사람이 없게, 파리를 안전한 도시로 만들기 위해선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정부, 국가비상사태 2개월 연장 추진

프랑스 정부와 정치권은 테러 재발을 막기 위해 나서고 있다. 프랑스 의회 조사단은 지난 3월 바타클랑 극장에서 군·경의 진압 작전을 재연하는 현장 검증을 가졌다. 진압 작전에 문제가 없었는지 살펴보고 개선점을 찾기 위해서였다. 베르나르 카즈뇌브 내무장관은 지난달 몽파르나스역에서 열린 경찰특공대와 경찰국의 대테러훈련을 직접 참관하고 점검했다.

프랑스 정부는 오는 6~7월 프랑스에서 열리는 유럽 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6)에서 테러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보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카즈뇌브 장관은 지난 3일 상원에 출석해 "지하디스트 단체는 언제나 프랑스를 (공격) 목표로 삼을 수 있고, 유로 2016 때에도 테러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프랑스 정부는 5월 26일까지인 국가비상사태 기한을 2개월 연장하는 안(案)을 지난 4일 의회에 제출했다.

[그래픽] 2015년 11월 13일 파리 테러 장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