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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근 한 조찬 행사에서 그가 한국기술교육대 총장으로 있을 때의 일화를 소개했다. 도서관에서 기숙사로 자전거를 타고 가던 학생이 넘어져 팔이 부러지는 것을 목격했다고 한다. "많이 아프겠다"고 걱정했더니, 학생은 "면접에서 떨어질 걱정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고 하더란다. 이틀 뒤 입사 면접을 앞둔 학생이었다. 이 장관은 "단순히 정책 담당자가 아니라 아버지의 심정으로 고용정책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라고 했다.

비슷한 사연은 주변에서 넘쳐난다. 얼굴 사진을 올리고 자기 생김새가 몇 점인지 평가해달라는 취업준비생들의 인터넷카페도 있다. 조건이 나무랄 데 없고 면접도 잘 본 것 같은데 번번이 낙방한 이가 올린 글이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자기 얼굴을 "평가해달라"고 부탁하는 그 심정이 어떠했을까.

취재현장에서 이런 사례를 접하다 보면, 삼촌이나 아버지의 심정으로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1700여 개에 불과한 대기업의 문만 두드리지 말고,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는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에 눈을 돌려보라는 것이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은 2~3년 전까지만 해도 최고의 직장으로 꼽혔다. 이곳 직원들이 지금은 실직(失職)의 공포에 떨고 있다. 많은 대기업이 이미 '좋은 직장'의 지위를 잃어가고 있다. 작년 1년 동안 30대 그룹은 직원 수를 줄였다. 감원 대상에 50대만 해당하는 것도 아니다. 일부 대기업에선 과장·부장급도 '내가 대상이 되지 않을까' 걱정한다.

이 추세가 쉽게 반전될 것 같지도 않다. 대기업의 성장 정체는 우리 산업계가 처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 철강, 화학, 기계산업에서 우리 기업은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 업종은 대규모 자본투자가 필요한 장치산업인데, '자본'과 '장치'에 관한 한 중국이 우리보다 월등하기 때문이다. 전자산업도 위태롭긴 마찬가지다. 전자가 주력인 삼성그룹이 작년 한 해 직원 수를 가장 많이 줄인 점이 그것을 말해준다.

이런 상황에서도 매년 30%씩, 50%씩 성장하는 중소·중견기업들이 있다. 국내 안마의자 시장 1위를 달리는 바디프랜드는 최근 8년 사이 100배, 즉 1만% 성장했다. 한국의 화장품이 잘나가니 많은 젊은이가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입사를 꿈꾼다. 하지만 화장품 제조·개발 전문회사인 코스맥스, 한국콜마는 더 높은 성장세를 보인다. 이런 성장세를 보이는 중소·중견기업은 가구, 소형 가전, 전자상거래, 교육 등 다양한 업종에서 찾을 수 있다. 대부분 틈새시장에서 확실한 기술력과 서비스 노하우를 갖고 있는 기업들이다.

이런 중견기업들은 인재를 찾으려 부심하고 있다. 이곳에선 승진 몇 달 만에 또 승진하는 사람이 자주 나온다. 우수 고졸 배송직원에게 연말 성과급으로 세금을 뗀 실수령액만 5000만원씩 안기기도 한다. 이런 곳에서 30~40대 희망퇴직을 걱정하는 일이 있을 리 없다. 조직이 계속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취업 걱정에 잠 못 이루는 청년들에게 권한다. 지금 당장 간판이 화려하진 않지만 더 많은 기회, 더 큰 성취감을 줄 수 있는 중소·중견기업들이 많이 있다. 문을 두드리는 대상 기업을 더 넓혀보라. 기고자 : 조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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