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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국은 유독 연예계를 소재로 한 히트작 드라마를 내놓지 못했다. 김은숙(온에어), 노희경(그들이 사는 세상) 같은 스타작가나 김수현(프로듀사) 같은 한류스타도 고전했다. '태양의 후예(태후)'가 군인을 내세워 한바탕 방송가를 점령한 사이, SBS가 다시 한 번 제 머리 깎겠다고 나섰다. '드라마 흥행불패' 지성과 '응답하라 1988'로 스타덤에 오른 혜리를 투톱으로 내세운 수목극 '딴따라'다.

이야기는 식상하다. 한때 잘나가던 가수 매니저 신석호(지성)가 음모에 휘말려 몰락했다가, 재능 있는 신인 밴드를 발굴해 다시 재기한다는 게 큰 줄기다. 별거 없을 거 같은 스토리인데도 아줌마 기자(김윤덕)와 30대 여기자(최수현)는 환호했다. 온 세상이 송중기만 외치는 바람에 '태후 피로증'에 걸릴 지경이었던 두 사람은 이구동성 "이제는 지성!"을 외쳤다. 김 기자가 "지성이 박신양 못지않게 연기를 잘할 줄 몰랐다"며 "(아내인) 이보영이 왜 그의 매력에 빠졌는지 이제야 감 잡았다"고 하면, 최 기자는 "지성만 3D 입체 인형처럼 펄펄 뛰는 생명력이 있고 나머지 배우들은 밋밋한 종이 인형 같다"며 주거니받거니했다.

아닌 게 아니라 6회까지 드라마는 지성의 원맨쇼다. 사랑에 빠진 소속 아이돌 가수에게 "우리 딴따라잖아. 왜 일반인 흉내를 내니? 오글거리게"라며 몰아붙일 땐 철저한 악당 같고, 옛날 잘나갈 때 무시하던 PD를 찾아가 "내가 X새끼였다"며 울먹일 땐 회개한 천사 같다. 혜리를 쳐다보며 "나 이제 '양아치' 아니다"라고 고백할 땐 30대 남 기자(권승준)마저 살짝 설렐 만큼 로맨틱한 표정도 지을 줄 안다. 그러니 17세 연하인 혜리와의 로맨스도 무리 없이 어울린다. 처음엔 '태후'에 밀려 6.2%(닐슨코리아)로 시작한 시청률도 8.7%까지 꾸준히 상승 중이다.

하지만 문제는 있다. 송중기 옆은 송혜교가 지켰지만, 지성 옆을 지켜줄 혜리가 헤매고 있다. 혜리 팬을 자처하는 권 기자는 "코믹 가족극이었던 '응답하라 1988'서 펄펄 날았지만, 아직 정극 주연은 버거워 보인다"고 했다. 동생이 억울한 성추행 누명을 쓰자 판사에게 항의할 때나, 지성을 사기꾼으로 오해하고 몰아붙일 때나 '응팔'에서 봤던 것과 비슷한 표정과 말투로 연기한다. 혜리의 역할이 화내고 떼쓰고 우는 게 전부인 전형적인 '민폐' 여주인공 캐릭터라는 점도 표정 하나로 일관하는 연기와 만나 부정적 상승효과를 일으킨다. 권 기자는 "극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인 밴드 '딴따라 밴드'의 멤버 역할도 강민혁, 엘조, 이태선 등 아이돌 가수이거나 신인배우라서 '음악적 재능이 넘치는 밴드' 역할을 그럴듯하게 연기할 만한 최소한의 역량이 있는지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그래도 두 여기자는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무엇보다 약육강식의 논리로 돌아가는 한국 연예계의 실상을 실감 나게 그리고 있다. 곡 하나, 가수 하나를 히트시키기 위해 음원 순위 조작까지 불사하는 작곡가와 제작자들의 실상, 인기에 따라 조변석개(早變夕改)하는 연예계 종사자들의 행태 등 일종의 자기 풍자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6회가 넘도록 신인밴드가 데뷔 못 했을 만큼 느린 전개가 흠이지만, 최 기자는 "초반에 재밌다가 용두사미로 끝나는 요즘 한국 드라마와 달리, 뒤로 갈수록 재미가 늘어나는 드라마"라고 평했다. 김 기자는 "팝스타 아바의 히트곡을 감각적으로 활용한 첫 장면이나, 몰락한 지성이 터지는 울음을 참으며 선글라스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감추는 장면에서의 수준급 연출"에 탄복했다. 대중음악담당인 권 기자는 "정작 '딴따라 밴드'가 시청자들이 납득할 만한 좋은 음악을 들려줄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지만, 김 기자와 최 기자는 다시 한번 외쳤다. "'지성'이면 감천!"

[그래픽] SBS 드라마 '딴따라' 기고자 : 권승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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