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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오후 2시쯤 서울 동작구 노량진 현대화 수산시장 2층 야외 주차장에서 '활어 맨손 잡기' 행사가 열렸다. 어린이와 어른 20여 명이 가로·세로 12m짜리 사각 풀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풀 안에서 첨벙거리며 광어·고등어·노래미·장어 등을 손으로 잡으려고 애썼다. 행사를 마련한 수협 측은 물고기를 잡은 사람에게 각각 금 1돈(20만원 상당)을 사은품으로 안겼다. 수협 관계자는 "하루 행사에 물고기 150만원어치, 금 100만원어치를 준비했다"며 "연휴 기간에 손님을 끌어오려면 이 정도는 써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3시 이곳에서 20여m 떨어진 옛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꽹과리·북·장구 소리가 울려 퍼졌다. 수협이 5200억원을 들여 새로 지은 '현대화 시장'에 들어가길 거부하고 있는 구(舊)시장 측 상인들이 준비한 사물놀이패 공연이 펼쳐졌다. 상인회 관계자는 "저쪽(현대화 시장)에서 행사를 한다기에 우리도 손님 눈길을 끌려고 사물놀이패를 고용했다"고 말했다.

◇축제까지 따로 여는 노량진 신·구시장

수협 측은 5월 연휴(5~8일) 나흘간 '5월 수산물 대축제'를 열었다. 하루에 두 차례씩 활어 잡기 행사를 열고, 트로트 가수 공연, 무료 시식 코너, 다트 게임 등 프로그램 10여 개를 진행했다. 2만원짜리 광어 1㎏을 1만5000원 내외로 파는 등 회값도 10~20% 이상 할인했다.

이에 질세라 구시장 측도 평소보다 30~50% 정도 낮은 가격에 회를 팔았다. 구시장 상인 고모(52)씨는 "보통 숭어 한 마리에 2만5000원에서 3만원 정도인데, 이번엔 1만5000원에 팔고 있다"며 "손해가 나더라도 손님 유치 경쟁에서 절대 질 수 없다"고 했다. 40년째 구시장에서 점포를 운영하는 방외남(77)씨는 "올해 축제는 오랜 세월 같이 장사를 해온 상인끼리 물고 뜯는 모양새가 됐다"면서 "이전보다 손님이 줄어 장사도 안 된다"고 했다.

◇물리적 충돌로까지 치달아

수협은 작년 10월 기존 수산시장을 대체할 지하 2층~지상 6층 규모의 신축 건물을 완공했다. 총사업비만 5200억여원이 들어갔다고 한다. 그러나 상인들은 점포 공간(1.5평)이 과거보다 줄어들었고, 임차료가 비싸졌다는 이유를 들어 입주를 거부하고 있다. 그러자 수협은 지난 3월 16일부터 새로 지은 현대화 시장에서 수산물 경매를 시작했다. 그러면서 구시장 상인들에겐 옛 시장에서 퇴거하라고 요구하면서 이에 불응하면 '소송을 하겠다'고 통보했다.

구시장 상인회는 거세게 반발했다. 지난달 4일엔 상인회 측 김모(53)씨가 수협 직원 2명을 흉기로 찌르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수산시장 찾는 손님 큰 폭으로 하락

지난 3월 초만 해도 노량진 판매상인 654명 중 현대화 시장에 입주한 구시장 상인은 60여 명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절반가량인 358명(54.6%)이 이전했다. 수협은 "구시장 상인이 신축 건물로 모두 입주하면 임대료와 점포 배치 등을 다시 협상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채호 상인회 측 비대위 사무국장은 "구시장의 향수 때문에 이곳을 찾는 손님이 여전히 더 많다"며 "수협이 구시장을 리모델링하거나, 점포 면적을 늘리는 방안을 먼저 내놓지 않으면 끝까지 맞서 싸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측이 이번 연휴 중 별도의 축제를 연 것은 어느 쪽이 손님을 더 끌어모으느냐가 앞으로 있을 공방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그러나 지난 3월 이전만 해도 하루 1000명 이상이 찾던 중국 관광객이 최근에는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고 한다.

기고자 : 김정환 안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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