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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 만에 열린 제7차 노동당 대회에서 북한의 새로운 통일·대외 정책은 나오지 않았다. 김정은은 지난 6~7일 1박 2일에 걸쳐 낭독한 당중앙위원회 사업 총화 보고(업적 보고)에서 남북 관계 파탄의 책임을 한국에 전가하며 박근혜 정부의 대북·통일 정책 전환을 압박했다. 남북 군사회담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등 일부 유화 제스처도 나왔지만, 정부는 '남남(南南) 갈등 유도용' '위장 평화 공세'로 일축했다.

◇"남북 관계 파탄은 남조선 탓"

7만2000자 분량 사업 총화 보고에서 대남·통일 정책은 13%(9500자)를 차지했다. 김정은은 "북남 관계가 사상 최악의 대결 상태에 처하게 된 것은 남조선 당국의 동족 적대시 정책에서 초래된 것"이라며 연설의 상당 부분을 박근혜 정부의 통일 정책 비난에 할애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핵·미사일 도발과 각종 협박으로 남북 관계를 망쳐놓은 데 대한 반성이 전혀 없다"고 했다.

특히 김정은은 "통일 문제를 여기저기 들고 다니며 외세에 구걸하는 것은 민족의 존엄과 이익을 팔아먹는 매국·매족 행위"라며 "남조선 당국은 친미·사대 근성을 버리고 수치스러운 외세 공조 놀음을 그만두라"고 했다. 박 대통령이 미·중 등 주요국 정상들과 통일 문제를 논의한 것에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김정은은 또 "남조선 당국은 '제도 통일'의 허황한 꿈을 버리라"며 "제도 통일을 고집하면 정의의 통일 대전(大戰)으로 반통일 세력을 무자비하게 쓸어버리고 조국 통일의 위업을 성취할 것"이라고 했다.

◇김일성·김정일 주장 '재탕'

그런 김정은이 "우리 대(代)에 반드시 조국을 통일해야 한다"며 제시한 것은 김일성·김정일의 대남·통일 정책인 '조국 통일 3대 헌장'이었다. 조국 통일 3대 헌장이란 ①자주·평화·민족 대단결의 통일 3대 원칙(1972년) ②고려연방제(1980년) ③민족 대단결 10대 강령(1993년)을 말한다. 미국에 대해선 "세계 평화와 안전의 교란자·파괴자"라고 비난했다. 이어 ①대(對)조선 적대시 정책 철회 ②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 ③주한 미군 철수 등 기존 3대 요구를 되풀이했다.

김정은은 이어 "현시기 절박한 문제는 북남 관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것"이라며 "북남 군사 당국 사이의 대화와 협상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통일 대전' 등 전쟁을 위협하며 대화를 언급한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박근혜 정부보다는) 차기 정부와의 관계 개선을 염두에 둔 입장 표명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정은은 심리전 방송과 삐라(전단) 살포 중지, 서해에서의 군사적 긴장·충돌 위험 해소도 요구했다. 군 관계자는 "지난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을 계기로 재개한 대북 심리전 방송의 위력을 인정한 것"이라며 "자신이 아쉬운 부분에 대해서만 대화의 여지를 남긴 모양새"라고 말했다. 김정은이 '서해'를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서해 북방 한계선(NLL)을 무력화하려는 시도"(군 관계자)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은 또 "북과 남의 각 정당·단체들이 접촉과 내왕, 연대·연합을 실현해 화해와 단합의 분위기를 마련해 나가야 한다"며 "(6·15, 10·4 선언 등) 북남 합의들을 인정·이행하는 길로 나오라"고 했다. 김승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전형적인 위장 평화 공세"라며 "남남(南南) 갈등을 유도하고 정부의 대북 정책을 압박하겠다는 계산"이라고 했다.

[그래픽] 김정은이 7차 당대회서 밝힌 대남·대미 관련 발언 기고자 : 이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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