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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의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본선에서 험난한 전쟁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되려면 선거 때마다 지지 정당이 바뀌는 '스윙스테이트'를 석권해야 하는데, 판세가 쉽지 않다.

워싱턴포스트는 9일(현지 시각)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지난 20년간 모든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에 표를 몰아준 캘리포니아 등 민주당 텃밭 19곳에다 스윙스테이트인 플로리다만 챙기면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대선은 전국 지지율이 아니라 각 주에서 한 표라도 더 많은 후보가 그 주에 배당된 선거인단을 모두 차지하는 승자 독식 방식으로 치러진다. 총 선거인단 538명 가운데 270명만 확보하면 이기는데, 민주당에 유리한 워싱턴D.C.와 18개 주의 대통령 선거인단 242명에 플로리다 29명을 확보하면 과반인 270명보다 한 명 더 많은 271명으로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 전문매체인 폴리티코는 워싱턴포스트보다는 좀 더 보수적으로 계산해 민주당이 확보한 선거인단 수를 217명으로 봤지만, 이 역시 공화당 확보 선거인단 191명보다는 많다. 게다가 과거 공화당 지지 성향이었거나 스윙스테이트였던 뉴멕시코·버지니아·노스캐롤라이나 등이 최근 민주당 쪽으로 기울었다.

폴리티코는 "공화당은 레드스테이트(공화당 지지 성향 주)를 굳건히 지키면서 동시에 스윙스테이트에서 모두 이겨야 하는 두 가지 과제를 갖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측은 스윙스테이트인 플로리다(29·선거인단 수)·펜실베이니아(20)·오하이오(18)·노스캐롤라이나(15)·버지니아(13)·위스콘신(10)·콜로라도(9)·아이오와(6)·네바다(6)·뉴햄프셔(4) 등의 대의원 130명을 확보하기 위한 맞춤형 공약을 준비했다. 자유무역협정 등의 체결로 인해 쇠락한 북부와 중서부 지역의 '러스트 벨트'인 오하이오·펜실베이니아 등에 대해서는 보호무역을 들고 나왔다. 오하이오는 1990년대 이후 제조업 일자리가 30만개가 줄었다. 히스패닉 인구는 3%, 대졸자 비중은 25%에 불과해 고졸 백인 노동자가 주요 지지층인 트럼프에게는 안성맞춤인 곳이다. 트럼프는 민주당 쪽으로 기울어 있는 미시간·미네소타까지도 일자리 창출 등을 앞세워 승부를 걸어본다는 생각이다. 미시간 등의 여론조사에서 아직은 힐러리가 트럼프를 두 자릿수 이상 앞서고 있다.

백인의 억눌렸던 보수 심리를 자극해 미국의 자존심을 강조하는 전략은 히스패닉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은 버지니아와 아이오와, 뉴햄프셔 등에서 가동할 계획이다.

실질적인 승부는 히스패닉 인구가 20% 가까운 플로리다와 콜로라도, 네바다에서 결정 날 것으로 보인다. 힐러리가 다소 앞서고 있는데, '멕시코 이민자는 강간범'이라고 비난하던 트럼프가 지난 5일 트위터에 '사랑해요, 히스패닉'이라고 쓴 글과 함께 멕시코 음식 타코를 먹는 사진을 올린 것도 분위기 반전을 위한 것이다.

트럼프는 경선 과정에서 보여준 거친 모습 대신 공화당 대선 후보다운 면모를 보여주는 '피그말리온(Pygmalion)' 프로젝트 가동에도 들어갔다. 공화당의 분열을 막고, 전통적인 지지층도 다지기 위한 것이다. 이에 대해 힐러리는 트럼프에 반대하는 보수파를 끌어안기 위한 '힐리컨스(Hillicans)'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힐리컨스는 힐러리(Hillary)와 공화당(Republicans)을 합친 말이다.

[그래픽] '스윙스테이트' 10곳 기고자 : 윤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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