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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시화호 주변 매립지 북동쪽에는 잡초 무성한 벌판이 있다. 여의도 1.4배의 테마파크 예정 부지이다. 2007년 한 업체가 미국의 할리우드 영화를 재현하는 테마파크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짓겠다고 발표했던 곳이다. 관련 업체의 주가가 폭등할 정도로 기대를 모았지만, '리먼 쇼크'로 자금 조달에 실패해 사업이 무산됐다. 2010년에는 롯데그룹 등이 사업 재개를 선언했지만, 땅 주인인 수자원공사와 땅값 줄다리기를 벌이다 사업을 백지화했다. 최근 중국 자본 유치를 통한 사업 재개가 추진 중이다. 한국에서는 20여년 전부터 디즈니랜드, 파라마운트 무비 파크와 같은 테마파크 사업이 곳곳에서 추진됐지만 무산됐다.

일본에서는 1980~1990년대 버블기에 전국 곳곳에 대형 테마파크가 건설됐다. 하지만 줄부도를 내면서 "어린이가 줄어드는 '저출산·고령화' 시대에는 테마파크도 몰락할 수밖에 없다"는 비관론이 나왔다. 기자도 일본 사례를 소개하며 테마파크에 대해 부정적 기사를 쓴 적이 있다.

하지만 반면교사(反面敎師)라며 폄훼했던 일본의 테마파크는 화려하게 부활했다. 2004년 적자로 부도 위기를 맞았던 오사카의 유니버설스튜디오는 흑자 전환에 성공했을 뿐 아니라 공격적 투자에 나서고 있다. 2014년 4800억원을 투자해 해리포터 테마관을 개관했고 수천억원을 들여 닌텐도 게임 테마관을 짓기로 했다. 사세보(佐世保)의 하우스텐보스도 18년 연속 적자에서 벗어나 외국인 관광객 유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도쿄 디즈니랜드는 최근 향후 10년간 5조4000억원을 투자, 대형 놀이 시설과 공연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일본 테마파크의 부활은 수요층을 청소년에서 청장년으로 확대한 것이 도움 됐다. 근본적 배경은 외국인 관광객 급증이다. 방일(訪日) 관광객은 2000년도 470만명에서 2015년도 2000만명으로 늘어났다. 15년 사이에 어린이 감소 등으로 내국인 수요는 위축됐지만 1500만명 이상의 외국인 수요가 창출된 것이다. 일본 정부가 2020년에는 4000만명의 외국 관광객 유치를 목표로 각종 정책을 펴는 것도 테마파크 투자를 자극하고 있다.

일본에서 한때 유행했던 '고령화 시대 테마파크 몰락론'은 테마파크 수요를 국내에 한정하는 '우물 안 개구리'식 주장에 지나지 않는다. 저가 항공사가 보편화되고 경제성장에 따른 해외 관광객의 폭발적 증가는 내수 시장의 의미 자체를 바꾸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국내 매출 3조원 중 1조원 정도가 국내 면세점·백화점을 통한 외국 관광객 매출이다.

특히 중국 관광객 급증은 만성적 내수 부족에 시달리는 한국과 일본에 경제적 활로가 될 수 있다. 한국은 지난 3~4년간 한류(韓流) 열풍과 일·중(日·中) 영토 분쟁 덕분에 '중국 특수'를 일본보다 더 크게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일본이 지난해부터 중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바탕으로 중국 관광객 유치전에 본격 뛰어들면서 상황이 바뀌고 있다. 일본은 서비스와 호텔 등 관광 인프라에서 한국보다 높은 국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한국이 10여년간 테마파크 하나 짓지 못하는 사이에 일본의 테마파크에는 중국인은 물론 한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