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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쉽게 갈 수 있는 곳은 아니기에 주로 화면을 통해 만나고 그곳 그림들도 본다. 대통령이 국무회의실로 가는 뒷벽면에도 그림이 있다. 큰 산의 바윗덩어리 같은 데서 폭포가 떨어지는 모습이다. 거기에 언제부터 왜 걸렸는지, 국무회의실의 분위기에 맞는다고 보는지 여러 가지가 궁금하다. 내 생각으로는 누구도 그림에 관심이 없다 보니 실무자가 나름대로 골라 건 것 아닌가 싶다. 나라의 최고 지도자들이 회의하는 곳이면 그에 맞는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숨은 예술가들을 위해 정부 미술은행과 국립 현대미술관 미술은행이 일정 수의 작품을 해마다 구입한다. 그곳에 소장된 작품이 수없이 많은데 굳이 한 그림을 그렇게 오래 걸어둘 이유가 있는가. 그 소장품 중 적절한 작품을 골라 순환 게시한다면 작가와 모두를 위해 좋은 일 아닐까. 문화 융성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작은 관심'이라는 자양분이 있는 곳에서 싹이 나와 오랜 세월 숙성되어야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다.

국회의사당의 그림도 그렇다.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그림인데 화면 전체에 태극기를 그려 놓고 그 위에 독도를 그린 작품이다. 의도는 누가 봐도 알 수 있다. 애국심의 발로일 것이다. 국회는 국가의 장래를 결정하는 법을 다루는 곳이지 국민을 계몽하는 곳은 아니다. 그런 그림을 걸만한 더 적절한 부처나 단체가 있지 않을까. 이 역시 그림에 대한 관심 부족에서 온 결과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난 그림은 잘 모른다"고 당연한 듯 말하곤 한다. 그렇지 않다. 아침에 출근할 때 '오늘은 뭘 입을까, 어떤 색이 좋을까'를 생각하고 고른다. 자녀의 물건 하나를 구입할 때도 아이에게 어울리는 모양과 색 등을 고려한다. 이런 생각과 행동이 곧 예술이고, 미술의 일부이다.

일본인은 주변에서 무슨 전시회가 열리면 일단 가본다. 한 작품을 2~3분 감상하고 총 한 시간 정도 머물다가 떠난다. 마음에 드는 작품 앞에서는 "아, 좋다"고 혼잣말도 한다. 그림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여기까지 와서 전시해주는 작가에 대한 예의"라고 말한다. 작품을 사면서도 작가에게 여러 번 고맙다고 인사한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부럽다. 문화예술을 사랑하지 않는 일류 국가는 없다. 청와대·국회·관공서부터 새로 눈떴으면 좋겠다.

문홍규 화가 기고자 : 문홍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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