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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의원들은 회의 1주일 전 국무회의가 국정교과서 제작 예산으로 예비비 44억원 지출안을 의결한 책임을 물어 최경환 당시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에게 집중포화를 날렸고, 이에 새누리당 의원들이 반발하면서 고성이 오갔다. 결국 여야 간 정치적 싸움이 길어지면서, 원래 이날 심의하기로 했던 139건은 거의 논의되지 않았다.
기재위는 이후 12월 7일까지 총 12차례 관련 회의를 열었지만, 공익법인의 주식 기부 제한을 완화하는 법안은 단 한 번도 다뤄지지 않았다. 이 법안이 19대 국회 회기가 끝나는 오는 29일까지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면 자동 폐기된다.
◇공익법인법 개정안 한 건도 처리 안 한 국회
특정 기업의 주식을 5% 넘게 공익법인에 기부하면 증여세를 물리거나, 장학금 재원이 없어도 출연금(원금)을 헐어 쓸 수 없도록 하는 공익법인에 대한 규제는 대부분 법률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런 규제를 풀려면 국회가 법을 바꿔줘야 한다.
하지만 본지 취재 결과, 19대 국회 회기(2012~2016년) 동안 발의된 공익법인 관련 법률 개정안 7건은 단 하나도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7건 가운데 본회의에 올라 있는 법안은 원금의 최대 10%를 사회 공헌 활동에 쓸 수 있도록 완화하는 공익법인법 개정안 1건뿐이다. 이 법안은 지난달 상임위 전체 회의를 통과했다. 주식 기부 제한 완화를 비롯한 다른 법안 6건은 아예 해당 상임위도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에 19대 국회 통과가 사실상 어려워졌다.
19대 국회는 공익법인 규제 완화에 관한 한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16~18대 국회의 공익법인 관련 법안 처리율은 평균 55%(27개 중 15개)였다. 하지만 19대 국회의 법안 처리율은 현재까지 0%다. 16대 국회는 예산의 70%를 공익사업에 쓰지 못한 법인에 물리는 벌금 성격 세금을 깎아주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17·18대 국회도 성실한 공익법인이 기부받은 주식을 3년 안에 매각하면 세금을 면제해주는 법안 등 2건씩 총 4건을 통과시켰다. 19대 국회만 공익법인 규제 완화 법안을 한 건도 통과시키지 않은 것이다.
◇정부도 손 놓고 있다
정부 역시 공익법인의 어려움을 알면서도 방치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16~19대 국회엔 공익법인 관련 법안 개정안이 총 34건 발의됐다. 이 중 정부가 발의한 법안은 공익법인의 주식 보유 비율과 주식 기부 시 비과세 상한선을 높이는 법안(17·18대) 등 9건으로 26%에 그쳤다. 그나마 9건 가운데 국회를 통과한 법안은 성실 공익법인의 주식 보유 한도를 완화하는 법안(16대 국회) 1건뿐이었다.
통상적으로 정부가 발의하는 법안은 의원 발의안보다 더 세밀한 검토를 거치기 때문에 정부가 국회의원들을 설득하는 노력을 조금만 더 기울이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박은수 '율촌' 고문 변호사는 "정부 발의안 통과율이 낮았다는 것은 정부의 입법 의지가 부족했던 것"이라며 "범정부 차원에서 공익법인을 담당하는 컨트롤타워가 없고 주무관청이 다 다르다 보니 책임지고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부처가 마땅히 없다"고 했다.
사법부도 '주식 기부' 등 쟁점 법안에 대한 판단을 미루고 있다. 모교(母校)인 아주대에 200억원 상당 주식을 기부했다가 세금 225억원을 물게 된 황필상 전 구원장학재단 이사장은 2009년부터 7년째 세무 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대법원으로 사건이 넘어간 지 4년 7개월이 지났지만 법원은 아직 담당 재판부조차 정하지 못했다. 송호영 한양대 로스쿨 교수는 "공익법인을 옭아매는 법률은 법무부와 기획재정부, 교육부 등 여러 부처로 나뉘어 있기 때문에 개정하기 어려운데, 행정부와 입법부, 사법부 가운데 어디도 책임지는 곳이 없다"고 했다.
[그래픽] 19대 국회에 머물러 있는 공익법인 규제 완화 법안 현황 기고자 : 특별취재팀 이민석 윤형준 백수진 양승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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