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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년 묵은 공익법인에 대한 각종 규제가 풀리지 않는 밑바탕에는 '공익법인을 개인적 치부(致富)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1997년 외환 위기 이전까지 많은 대기업이 계열 공익법인에 주식을 몰아줘 다른 계열사들을 지배하는 수단으로 삼았다. 그러나 지금은 공익법인의 불법·탈법을 막는 안전장치가 많이 늘어났기 때문에 기부한 사람이 공익법인을 사유화(私有化)하기 어렵게 됐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먼저 공익재단에 한 번 기부한 돈은 돌려받을 수 없다. 공익법인법에 따르면 공익법인이 해산할 때 남은 재산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귀속되기 때문이다. 김진우 한국외국어대 로스쿨 교수는 "사실상 기금이 출연되면 법인은 국가의 것이나 다름없다"며 "운영만 재단에 위임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또 기본 재산(원금)의 일부를 수익 사업에 투자하려면 반드시 주무 관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재단의 사업 목적과 다른 용도로 돈을 썼을 경우에는 주무 관청이 감사를 실시한 후 재단을 해산할 권한도 갖고 있다.

공익법인의 운영 내역을 투명하게 공시하는 제도도 점점 강화되고 있다. 2007년부터 총자산가액 10억원 이상 공익법인은 매년 국세청 홈페이지에 재무 상황이 담긴 결산 서류를 공시하도록 하는 제도가 시행됐고, 2014년부터는 총자산가액 5억원 이상의 영세 공익법인까지 확대했다. 정부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공익법인의 운영 상황을 수시로 들여다볼 수 있게 된 것이다.

6촌 이내 가족이나 회사 직원 등 출연자와 특수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재단 운영에 관여하는 것도 법률로 제한하고 있다. 현행법상 출연자와 특수관계에 있는 사람은 재단 이사의 20%를 넘길 수 없다. 또 이사가 되더라도 해당 인건비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물린다. 친족을 이사에 앉히고 월급을 주면서 재단 운영비를 축내는 걸 막기 위해서다. 박태규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순수한 기부 목적이 아니라 뭔가 다른 혜택을 바라고 공익법인을 세우려는 사람을 솎아낼 장치가 많이 마련돼 있다"면서 "공익법인을 활성화하려면 먼저 공익법인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오해부터 풀어야 한다"고 했다.

[표] 공익법인의 편법·불법을 감시하는 장치들 기고자 : 특별취재팀 이민석 윤형준 백수진 양승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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