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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방산시장 뒷골목에 있는 김치찌개집 '은주정'은 푸짐한 돼지고기와 잘 숙성된 김치로 유명하다. 지난해 한 케이블 프로그램이 서울 3대 김치찌개집 중 하나로 뽑았을 정도다.

1986년부터 이 맛집을 운영해온 김진숙(55·사진)씨는 1인분에 7000원짜리 김치찌개를 팔아 번 돈으로 지난 9년간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있다. 2008년에 후원자와 수혜자를 연결해주는 중구청 프로그램을 알게 되면서 기부를 시작했고 액수도 월 5만원에서 조금씩 늘려가고 있다.

지난 2014년 4월부터는 매달 10㎏짜리 백미 50포(약 110만원)를 마련해 주민센터를 통해 을지로동의 저소득 가구에 전달한다. 김씨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남을 돕는 사람'이 되는 게 장래 희망이었다고 한다. "손님에게 받은 사랑을 어떻게 돌려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 기부를 떠올렸다"며 "외환 위기 등을 버틴 가게가 자리를 잡고 나니 '기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고 했다.

김씨는 2013년부터 매년 중구민 걷기대회에 500여만원 상당의 식사권과 드럼세탁기 등 경품도 지원하고 있다. 행사장에 모습을 나타낸 적이 없다고 한다. 지난해 7월부터는 학교 방과 후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중구 인재육성장학재단 장학금에 월 10만원씩 기부하고 있다. 김씨는 중구 새마을부녀회 소속으로 헌옷이나 먹거리를 판 돈으로 독거 노인을 돕는 봉사활동도 26년째 해오고 있다. 2008년부터 누적 기부액이 3100만원에 달한다.

을지로의 11평 아파트에서 검소하게 사는 김씨는 "삼시세끼만 먹을 수 있으면 다른 건 필요 없다"며 "기부를 이어갈 수 있도록 손님들이 '은주정'을 꾸준히 찾아 줬으면 하는 바람뿐"이라고 말했다. 기고자 : 안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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