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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깍쟁이 같은 이미지라 안티도 많았잖아요. 남편도 처음엔 '가족 예능은 안 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망설였죠."

'테리우스' 안정환의 아내이고 두 아이 엄마이면서 사업가인 이혜원(37)은 살짝 긴장한 채 이야기를 이어갔다. "큰애가 사춘기가 올 나이거든요. 아이가 엄마에게 털어놓지 않는 생각이 뭔지 알고 싶어 출연을 결정했죠."

그는 지난 5일 TV조선 예능 '엄마가 뭐길래'에서 황신혜 모녀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집안에 카메라를 설치해 출연자의 일상을 '밀착 마크'해 보여주는 관찰 예능이자 아이와 엄마 간 소통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프로그램. 이혜원 가족이 처음 출연한 5일 방송 시청률은 4%(닐슨코리아·수도권 유료가구)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동시간대 3위로 지상파 MBC도 눌렀다. 포털사이트에서도 이날 방송분 조회 수가 180만건을 넘는 등 화제 몰이에 성공했다. 9일 서울 청담동 한 카페에서 만난 이혜원에게 시청률 얘기를 하자 "남편 때문 아닐까요?"라고 반문하며 웃었다.

"정말 우리 가족의 평소 모습 그대로 나오더라고요. 저도 놀랐어요. 제가 남편이랑 얘기할 때랑 아이들과 말할 때 표정이 완전히 다르더라고요. 남편과 얘기할 땐 항상 공격 아니면 방어하는 입장이니까(웃음)."

첫 방송에선 아이들 쌍꺼풀 얘기를 하다가 안정환이 느닷없이 이혜원에게 "엄마는 쌍꺼풀 (수술)한 거잖아"라고 거침없이 얘기하는 장면이 나왔다. 돌발 발언에 당황한 이혜원이 남편을 응징(?)하는 장면이 화제가 됐다. 안정환은 방송에서 거리낌 없이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캐릭터로 최고의 예능 블루칩이 됐다. 이혜원은 "연애하던 시절부터 그랬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데이트하고 집에 갈 땐 너무 웃어서 턱이 아플 지경이었거든요. 얼굴 아니라 성격 보고 결혼한 건데 주위에선 아무리 말해도 안 믿어요(웃음)."

이혜원은 "운동선수의 아내인 데다, 오랫동안 해외 생활 하면서 혼자서 육아와 살림 모두 책임지는 데 익숙해졌다"며 "아이들 키우는 데 정답은 없지만, 그래도 '친구 같은 엄마'가 되려고 노력하려는 게 내 육아 철학"이라고 했다. 방송에도 나왔지만, 그가 아이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넌 어떻게 생각해?"라는 질문이다. 잘못을 해서 혼낼 때도 꼭 마지막에는 "엄마 말이 틀렸다고 생각하니?"라고 묻는다. 일종의 눈높이 교육이다. 인테리어 사업을 하고 있지만 오후 7시면 퇴근하려 노력하고, 주말은 무조건 아이들과 시간을 보낸다. "여섯 시만 되면 아이들에게 전화가 와요. '엄마, 이제 집에 올 시간이에요'라고(웃음)."

안정환이 해외 선수 생활을 접고 귀국했을 때 이혜원이 고민한 것도 아이들 진학 문제였다. 그는 "두 아이 모두 외국인 학교에 오래 다녔는데, 한국에 와선 한국 학교와 외국인학교 중 가고 싶은 곳을 고르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때 작은아들은 '한국 학교도 상관없다'고 했는데, 큰딸의 대답이 걸작이었어요. '엄마, 한국 학교에선 앞에 앉은 친구 뒤통수 말고 기억나는 게 없어'라고 말하더라고요. 한국 학교에선 자리도 일렬로 앉히고 수업 시간에 친구와 대화도 못 하게 하니까 답답했던 거죠. 그런 걸 아이 눈높이에서 다 들어주는 게 엄마 역할인 것 같아요."

인터뷰 중 학교를 파한 큰딸에게 전화가 왔다. 딸과 조곤조곤 얘기하던 이혜원이 살짝 뜸을 들이더니 전화기에 대고 물었다. "시험 잘 봤어? 백점 받았어?" 아무리 친구 같은 엄마라고 해도, 엄마는 엄마였다. 기고자 : 권승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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