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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훤칠한 외모지만 턱에 약간의 살이 붙었다. 겨우내 '벌크업(bulk up· 근육의 크기를 키우는 것)'을 통해 92㎏이었던 몸무게를 100㎏대로 늘렸기 때문이다. 일본 프로야구의 간판스타이자 '이도류(二刀流·칼 두 개를 휘두르는 검술을 가리키는 말로 일본 야구계에서는 투수와 타자로 모두 활약하는 선수를 표현)'로 불리는 오타니 쇼헤이(22·닛폰햄 파이터스)의 요즘 모습이 이렇다.

오타니는 작년 11월 '프리미어 12'의 두 차례 한·일전에서 일본 대표 투수로 나와 시속 160㎞의 강속구를 선보여 한국 팬에게도 친숙하다. 그런 오타니가 올 시즌 일본 리그에서 '본업(투수)'은 부진한데 '부업(타자)'은 대박 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11일 오릭스전에서 5번 지명 타자로 출전해 2점짜리 대포를 터뜨리며 팀의 6대2 승리를 이끌었다. 외국인이 아닌 일본 선수로는 6년 만에 4경기 연속 홈런 행진을 벌였다.

현재 오타니의 모습은 '괴물 투수'보다는 '괴물 타자'에 가깝다. 타자로 타율 0.322(59타수 19안타), 7홈런 15타점을 기록했다. 지명 타자 제도가 있는 퍼시픽리그 소속인 그는 투수로 출전할 때는 타석에 서지 않지만 평소에는 출전 간격을 조정해 가며 타자로 나선다. 이 때문에 출장 게임 수가 다른 타자에 비해 10경기가량 적은 데도 홈런 4위다.

일본 언론은 "오타니는 올해 8.43타수당 1개꼴로 홈런을 생산하고 있다. 이는 놀라운 페이스"라고 했다. 리그 홈런 1위인 에르네스토 메히아(세이부·14개)는 10.36타수당 1개꼴로 홈런을 기록했다. 같은 타수의 기회를 얻었다면 오타니가 홈런을 더 많이 쳤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투수 3관왕(다승·평균자책점·승률)에 올랐던 작년과는 달리 마운드에서는 고전 중이다. 평균자책점은 3.02로 나빠졌고 7경기에 선발 등판해서 1승(3패)밖에 거두지 못했다. 타격이 부진했던 작년과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최근 등판인 8일 세이부전에서는 10개의 안타를 얻어맞아 4실점 했다. 그는 프리미어 12 한국전 두 경기에서는 13이닝 동안 고작 안타 3개만 내주는 완벽에 가까운 무실점 피칭을 했었다. 닛폰햄 감독인 구리야마 히데키는 "잘 치는 것도 팀에 도움이 되긴 하지만 (투수로 잘했던) 작년이 더 나은 것 같다"고 했다.

일본 야구계에서는 몸집 불리기가 투구에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한다. 일본 닛칸스포츠는 "스윙의 힘은 커진 대신 투구 밸런스가 불안해졌다"며 "제구력도 떨어지고 실수도 많아졌다"고 했다. 오타니도 "90㎏대일 때와 100㎏대일 때의 던지는 느낌이 확실히 다르다"고 말했다. 2013년 데뷔부터 투타를 함께했던 오타니에 대해 '두 마리 토끼를 잡다가 둘 다 놓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일교포이자 일본 야구 원로인 장훈은 그에게 "100년에 한 명 나올 만한 투수지만, 하나에만 전념해야 한다"고 충고한 적도 있다.

그러나 오타니는 "내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투수와 타자로 모두 뛸 것"이라고 공언하는 등 의지가 확고하다. 그동안 국제대회에선 투수로만 뛰었다. 2017 WBC는 향후 메이저리그 진출에 앞서 자신의 투타 재능을 보여줄 수 있는 무대가 될 수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스프링캠프에서 타격 훈련에 집중하고 벌크업을 한 것도 이런 이유로 알려져 있다. 이광권 일본 야구 해설가는 "일본 내에서는 투타 겸업에 대해 전반적으로 호의적"이라며 "그러나 메이저리그에서는 하나에만 전념해야 할 상황에 부딪힐지 모른다"고 했다.

[그래픽] 본업보다 부업이 쏠쏠 기고자 : 오유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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