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현대중공업은 지난 3월부터 서울아산병원에서 재활용 보행 로봇을 활용한 임상(臨床) 시험을 벌이고 있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허리에 보행 로봇을 착용하고 러닝 머신 위 지지대에 올라타 천천히 걸으면, 굳어진 관절이 풀리고 약해진 근력이 강화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의료용 기구다.

장애인이나 노약자의 자유로운 보행을 돕는 '입는 로봇(wearable robot) 기술'이 실생활 속으로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이 하늘을 날고 악당을 해치우려고 입는 특수 합금 소재의 '아이언맨(Iron Man) 슈트'는 아니지만, 일상생활에서 많은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현실적인 입는 로봇이 속속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고령화 추세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재활·의료용 입는 로봇 시장이 빠르게 커질 전망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최근 자사 블로그를 통해 현대기아자동차·현대로템 등 주력 계열사가 공동으로 개발 중인 입는 로봇 실물을 공개했다. 영화 '아이언맨'에서 나오는 입는 로봇처럼 몸 전체를 덮는 형태는 아니고, 안전띠를 매면 쉽게 착용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자동차 회사가 입는 로봇을 만드는 이유는 자동차와 입는 로봇이 사람과 사물의 자유로운 이동(mobility)을 도와준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본 3대 자동차 업체인 혼다도 최근 노약자의 보행을 도와주는 보행 보조용 입는 로봇을 개발, 병원에 대여해 주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와드(WAD)'라는 이름의 이 보행 보조 로봇은 허리에 간단히 착용하는 형태로, 무게가 2.6㎏에 불과하지만 한 번 충전으로 1시간 이상 작동이 가능하다. 특히 일본 쓰쿠바(筑波)대학 연구팀은 중증 지체 장애인과 뇌졸중 환자를 위한 '사지(四肢) 보조용 입는 로봇(HAL)'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이 로봇은 피부에 붙인 센서(소형 감지기)가 뇌에서 발생하는 전기 신호를 감지해 팔·다리를 착용자의 의사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입는 로봇은 산업용과 군사용으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와 혼다는 공장 등 무거운 물건을 많이 다루는 생산 현장에서 사용이 가능한 입는 로봇을 개발 중이다. 입는 로봇을 착용하면 평소보다 최고 10배의 힘을 더 낼 수 있기 때문에 자기 몸보다 훨씬 무거운 물건도 가볍게 옮길 수 있다. 예를 들어, 작업자가 수십~수백㎏에 달하는 부품을 수시로 옮겨야 하는 열차 조립 공장에서 입는 로봇을 활용하면 산업 재해 예방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또 50㎏의 무거운 군장을 지고 시간당 6㎞ 이상의 속도로 경사면은 물론 수직 참호나 참호를 통과할 수 있는 입는 로봇을 개발 중이다. 미국 MIT대 휴 허(Herr) 교수는 "(입는 로봇을 비롯한) 생체 공학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 현대차가 개발한 착용형 보행 보조 로봇 / 일본 쓰쿠바대학이 개발한 장애인용 사지(四肢) 로봇 기고자 : 김기홍
본문자수 : 1510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