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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 살 때 사귀기 시작한 여자 친구를 만나려면 버스비가 필요했다. 하지만 아홉 살 때 부모가 이혼한 뒤 길거리 청소로 생계를 이어가던 소년에게 버스비는 만만찮은 돈이었다. 소년에겐 골이 절실했다. 클럽 유스팀에서 골을 넣으면 감독이 용돈을 줬고, 그 돈으로 버스를 타고 가 여자 친구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 프로축구 선수가 된 이후 그 여자 친구가 가족과 함께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떠나자 수아레스는 목표를 다시 세웠다. '골을 많이 넣어 유럽으로 가자.'

골이 곧 인생이었던 우루과이의 소년 루이스 수아레스(29·FC 바르셀로나)가 15일 그라나다와 벌인 시즌 최종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올 시즌 40골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35골)와 팀 동료 리오넬 메시(26골)를 누르고 2015-2016 프리메라리가 득점왕을 차지했다. 35경기에 나와 경기당 1.143골을 넣은 폭발적 득점력이다.

지난해까지 6년 동안 '메날두'라 일컫는 메시와 호날두가 프리메라리가 득점왕에게 주어지는 '피치치(Pichichi·'작은 오리'라는 뜻) 트로피'를 세 차례씩 나눠 가졌다. 그 메시와 호날두를 우루과이의 수아레스가 넘어선 것이다. 수아레스의 원맨쇼 활약으로 그라나다를 3대0으로 꺾은 바르셀로나는 레알 마드리드를 따돌리고 2년 연속 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리게 됐다. 호날두는 데포르티보와 벌인 시즌 최종전에서 2골을 기록했지만 수아레스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이었다.

지난 2006년 꿈에 그리던 유럽 팀(네덜란드 흐로닝언)과 계약한 수아레스는 2009-2010시즌 네덜란드의 아약스에서 35골로 득점왕에 오른 뒤 2013-2014시즌에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리버풀 소속으로 31골을 넣어 득점왕을 거머쥐었다. 유럽 세 리그에서 모두 득점왕에 오른것이다.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냈지만, 수아레스는 2014 브라질월드컵 이탈리아전에서 상대 수비수 어깨를 깨무는 기행을 저지르며 '핵이빨'로 더 유명세를 탔다. 하지만 팀에는 '보물단지'였다. 바르셀로나는 리버풀에서 뛰던 수아레스를 1000억원이 넘는 이적료를 주고 영입했다. 메시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영입한 것이었지만, 수아레스는 골뿐 아니라 어시스트도 16개를 기록해 메시와 리그 공동 도움왕을 차지하며 팀에 완벽하게 녹아들었다.

수아레스는 메시, 네이마르와 함께 'MSN 라인'으로 불리며 90골을 합작했다.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의 BBC 트리오(벤제마, 베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기록한 78골을 크게 앞섰다.

수아레스는 어린 시절부터 쫓아다녔던 여자 친구 소피아 발비와 2009년 결국 결혼에 '골인'해 사랑도 완성했다. 2014년 펴낸 자서전 첫 페이지에 그는 "나의 아내 소피아, 딸 델피나, 아들 벤저민, 모두 사랑한다"고 적었다. 수아레스는 시즌 최종전 후 인터뷰에서 "우선 가족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이후에 우리를 응원해준 사람들과 우승을 축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 최근 7년 프리메라리가 득점왕 기고자 : 석남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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