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현 정부 네 번째 대통령 비서실장에 임명된 이원종(74) 신임 실장은 전형적인 공무원이다. 관료 사회에선 전화국 9급으로 시작, 시장·도지사와 대학 총장까지 지낸 입지전적 인물로 꼽힌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 실장 등을 임명한 것에 대해 정·관계에선 "남은 임기는 관료 그룹을 중심으로 그동안 추진해왔던 정책을 순조롭게 마무리하는 데 중심을 두겠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청와대는 15일 그를 "행정 전반에 걸쳐 풍부한 경험과 식견을 갖추고 있고 친화력과 신망이 있는 분"이라고 소개했다. 이 실장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공직자는 맡은 일에 충성을 다하는 게 국민에게 충성하는 것이고 국가에 충성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살아왔다"며 "앞으로 더욱 노력해 대통령께서 지향하는 희망의 새 시대, 국민이 행복한 시대를 만들어가는 데 일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신임 실장은 자유민주연합·한나라당 소속으로 한 차례씩 지방선거에 나서 도지사에 당선되긴 했지만 정치인이라기보다는 행정 관료의 삶을 살아왔다. 앞서 박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보좌해오다 발탁된 허태열·김기춘·이병기 전 비서실장과는 이력에 차이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시·사시·외시 출신이지만 관료라기보다는 정치인이었고, '박근혜 캠프' 핵심들이었다.

반면 이 실장은 박 대통령과 개인적 인연이 알려진 바 없다. 이 실장은 1970년대 박정희 청와대에 행정관으로 파견 근무한 적이 있지만 대통령의 딸과 접촉할 일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실장이 자민련을 탈당하고 한나라당으로 옮겨 충북도지사에 당선된 2002년은 이회창 총재가 이끌던 때로 박 대통령은 잠시 탈당해 있던 시기다. 이 실장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 실장은 박 대통령 집권 첫해인 2013년 7월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됐다. 함께 성균관대 교수로 재직한 유민봉 전 국정기획수석과 함께 책을 낼 정도로 친했기 때문에, 유 전 수석이 그를 천거했을 가능성이 있다. 특별한 인연이 없더라도 오래 지켜보고 중용하는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에 따라 그를 비서실장으로 낙점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실장은 1942년 충북 제천에서 태어나 제천고와 2년제 국립체신대를 졸업했다. 21세인 1963년부터 서울 광화문전화국에서 9급 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야간인 성균관대 법정대 행정학과에 편입해 다녔다. 병역은 폐결핵으로 면제됐다. 그는 1966년 행정고시에 합격, 서울시에서 근무하며 성동·강동·성북·동대문구 구청장 등을 거쳤다. 노태우 청와대에 내무행정 비서관으로 파견됐다가 1992년 충북도지사에, 1993년 서울시장에 임명됐다. 관선 충북지사 시절엔 청주 우암상가가 화재로 무너졌고, 1994년엔 성수대교 붕괴 참사가 나 서울시장직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공직에서 잠시 물러난 동안 1995년 성균관대 행정대학원 교수로 임용됐고, 1996년엔 충북 서원대 총장 자리에 앉았다. 그는 1998년엔 자민련, 2002년 한나라당 소속으로 충북 도지사에 연이어 출마해 당선됐고, 이 시절 오송바이오산업단지를 조성했다. 관선·민선 합쳐 충북 지사만 3선(選)을 한 뒤 불출마 선언을 했다. 이후 성대 석좌교수, 한국지방세연구원 초대 이사장, 서울연구원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이 실장을 지켜본 사람들은 그가 카리스마를 발휘해 조직을 이끌어나가기보다는, 유머 감각과 친화력을 내세워 소통하고 합리적 방안을 도출해내는 스타일이라고 전한다. 기독교 장로다.

▲1942년 충북 제천▲제천고▲성균관대 행정학과▲제4회 행정고시▲청와대 비서관▲충북지사▲서울시장▲서원대 총장▲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 자문위원 ▲아내 김행자씨와 4녀 기고자 : 정시행
본문자수 : 1835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