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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경기도 일산 SBS제작센터에서 열린 드라마 '딴따라' 기자간담회 도중 배우 지성(본명 곽태근·39)은 갑자기 울먹였다. "아유, 왜 이렇게 울컥하지." 드라마 속에서 자신이 맡은 배역인 가수 매니저 연기에 대해 설명하던 중이었다. 그는 "촬영 중 '어른인 내가 모자라고 세상이 모자라서 (아이들인) 너희가 힘든 거야'라는 즉흥 대사를 했는데, 그 말이 배우이기 전에 한 명의 어른으로서 하고 싶었던 말"이라고 설명하다가 눈물을 보였다. 순식간에 자기 배역의 감정에 몰입한 것 같았다. 옆에서 함께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 채정안이 거들었다. "지성씨가 극 중에서 자신이 키우던 가수들에게 배신당했을 때 눈물이 흐르는 걸 선글라스로 가리는 장면이 있어요. 배신당했을 때 복잡한 감정을 그렇게 표현하는데 제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멋진 연기였어요. (지성씨의 연기를) 선생님을 바라보는 신인처럼 보고 배우고 있어요."

채정안의 말대로다. 지성은 한때 '양아치'로 불렸던 매니저였지만, 배신을 당한 뒤 개과천선해 실력파 밴드를 육성하는 신석호 역할로 열연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거의 매회 눈물을 흘리는 신이 있는데, 상황과 감정에 맞춰 표정이나 억양에 섬세한 변화를 준 연기를 선보였다. 지성은 이런 미묘한 감정 연기에 강점을 보여서 '지테일(지성+디테일)'이란 별명을 얻을 정도다. 연출자인 홍성창 PD는 "현장에서 지성의 대본을 보면 여백에 인물 연구와 온갖 애드립 관련 문구로 빽빽하다"고 말했다. 시청률도 첫 회 6.2%에서 8.6%까지 매회 상승 중이다.

최근 3년간 지성은 지상파 3사의 드라마에 고루 출연해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면서 시청률까지 견인하는 배우로 자리 잡았다. KBS '비밀'에선 자신의 연인을 죽인 원수 같은 여자에게 빠져드는 비정상적인 재벌 2세 연기를 했고, MBC '킬미힐미'에선 무려 7중 인격 연기를 했다. 두 작품 모두에서 지성의 상대역을 맡았던 황정음은 "지성씨 연기를 보느라 내 대사를 잊어버릴 정도로 보는 이의 시선을 뺏는 연기를 한다"고 했다.

특히 '킬미힐미'에선 7중 인격을 가진 인물 연기를 하며 여고생이나 어린아이의 인격까지 실감 나게 연기해 연말 연기대상까지 거머쥐었다. 여고생 인격을 연기할 때 바른 립스틱이 화제가 되면서 물건이 동나기도 했다. 드라마를 연출했던 김진만 PD는 "캐스팅 제의를 할 때 저녁 8시부터 새벽 2시까지 역할에 대해 설명을 듣고 이것저것 묻더니 그 자리에서 출연 결정을 하더라"며 "촬영할 때 노래 부르는 장면이 있으면 밤을 새워서라도 노래를 완벽하게 녹음해올 정도로 성실한 배우"라고 했다.

이번 '딴따라'에서도 그는 "극 중 신석호가 키우는 가수 역할로 나오는 후배들과 다 같이 모여서 매끼 밥을 같이 먹는다"며 "배역 간의 자연스러운 호흡이 중요한 드라마이기 때문에 평소에 서로 많이 얘기하고 상대에 대해 잘 알아둬야 함께 연기할 때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상대역으로 나오는 혜리는 "현장에서 전혀 권위의식 없이 까마득한 후배인 저를 배려해줘서 17살 나이 차를 하나도 못 느끼고 연기할 수 있게 해준다"고 했다.

지성은 공채 탤런트나 대형기획사 소속 배우가 아니었던 탓에 조연에서 악역을 거쳐 주연까지 단계를 밟아가며 배우로서 입지를 다진 경우다. 그는 "어릴 때 연기가 하고 싶어 무작정 상경해 방송국 세트장에 몰래 잠입해 촬영 현장을 구경하거나 대본을 훔쳐 연습했다"고 밝힌 적이 있다. 1999년 데뷔작인 드라마 '카이스트'에서 출연할 수 있었던 것도 114를 통해 제작사 번호를 알아낸 뒤 "조그만 역할이라도 시켜달라"고 전화해 오디션을 본 덕분이었다.

"덕분에 3개월간의 노숙생활을 끝낼 수 있었다"던 당시의 무명 배우가, 이제 여기까지 왔다.
기고자 : 권승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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