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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형(이하 한): 프랑스보다 한국에서 더 인기 있고,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가 중 한 명이다. 특별한 인연, 당신의 소설적 언어로 말한다면 일종의 '카르마'(업)인가?
베르베르(이하 베): (웃음) 카르마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내 책이) 한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될 거라고 처음부터 확신을 하거나 (그렇게 해달라고) 요구를 한 것은 아니지만 선물처럼 상황이 그렇게 돌아간 것 같다.
한: 소설을 쓰는 사람으로서 상당히 부럽다.
베: 아! (반색하며) 같은 일을 하는 동료로서 반갑다. 모든 사람은 자신이 진정으로 소망하는 것은 결국에는 갖게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명백하게 알아야 한다. 나는 굉장히 고독한 사람이고, 그래서 나의 영혼이 고독 속에서 일할 수 있는 직업을 갖게 한 게 아닌가 싶다.
한: '제3인류'에서 보면 한국이 세계에서 첨단 기술이 가장 발달한 나라로 묘사되더라.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 한국에 대한 지독한 사랑이 판단력을 흐리게 한 건 아닌가.
베: 진심으로 한국이 이런 분야에서 가장 앞선 첨단적인 나라라고 생각한다. 한국인들은 혹독한 교육을 받는데, 양질의 교육이기도 하다. 한국은 미래 지향적 국가다. 과거가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 이건 제3자의 시각으로 말씀드리는 건데, 한국은 적대적이고 강력한 주변국에 둘러싸여 있다. 이런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생존 방식을 터득한 게 아닌가 싶다.
한: 민족주의를 경계하는 저로서도 감사한 말이다. 이번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에서 주로 경제인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한다고 하던데 어떤 말을 할 건지.
베: 원고를 정한 건 없고 즉흥적으로 할 예정이다. 원고를 준비하면 나만의 자연스러움이 사라지더라. 정해지지 않은 막연함이 좋다. 그건 일종의 예술 작품을 만드는 거랑 비슷한 느낌이니까.
한: '제3인류' 첫 장에 이런 부분이 나온다. '가장 상상력이 풍부하고 가장 겁이 없는 인간 중 몇 사람을 선택해야 하리라.' 상상력과 겁 없음이 공존하는 게 가능할까?
베: 일단, 겁 없음은 현존하고 있는 것 이외의 다른 것을 창출하게 해주는 원천이라고 생각한다. 콜럼버스가 인도라는 나라를 발견하기 위해서 출항을 했는데 서쪽으로 가다가 다른 대륙을 발견하게 된 것처럼. 기존의 세계와 다른 것을 창출하는 것, 그게 상상력이다. 우리의 미래가 더 나은 세계가 되기 위해 우리는 상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불안과 공포는 미래를 상상하는 능력에서 기인한다고 당신이 '상상력 사전'에서 쓰지 않았나? 겁쟁이인 나로서는 그 부분을 보면서 위안을 받았는데. 물론 상상력에는 여러 종류가 있겠지만.
베: (크게 웃으며) 말한 것처럼 상상력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일단 긍정적인 상상과 부정적인 상상. 일종의 체스라고 생각했다. 승리로 이끌 수 있는 상상을 해야 한다. 기존의 경기자들은 생각한 적이 없는 혁신적인 상상을. 촛불의 사고에서 벗어나서 전구의 사고로 갈아탈 필요가 있는 거다.
한: '신'의 작가다. 믿는 신이 있나?
베: 자연. 나무가 심어지고 자라는 걸 볼 때 경이를 느낀다. 그게 신이다.
한: 당신 소설은 인류의 보편적인 주제에 대해 말한다. 빼놓을 수 없는 주제 중 하나가 사랑일 텐데. 작정하고 사랑을 다뤄볼 생각은 없는지.
베: 나의 모든 소설에서 사랑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남녀의 사랑, 지구에 대한 인간의 사랑. 가족의 사랑…. 내가 만약 핵심 주제로 사랑을 쓴다면 그건 너무 흔할 것 같다. 그리고 사실, 나는 사랑에 있어서는, 아직도 학생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배워야 할 게 아주 많다. 당신은?
한: 나 역시 부족하다. 당신은 '사랑은 지성에 대한 상상력의 승리'라고 쓴 적이 있다. 상상력에 대한 지성의 승리가 지속되고 있는 건가?(웃음)
베:(웃으며) 그렇다.
정리=한은형 기고자 : 한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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