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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푸드앤와인페스티벌' 행사장 무대에 열대꽃 장식을 머리에 꽂은 금발 여성이 올랐다. 하와이 전통춤 훌라를 추기 시작했다. 느리고 우아하다가 빠르고 격정적인 춤사위가 파도처럼 일렁였다.

지난 12일 저녁 제주도 서귀포. 박수를 받으며 내려온 이 아름다운 여성은 로렌 마쓰모토(Matsumoto·28)다. 미스 하와이 출신으로 전문 훌라댄서이자 현직 하와이 주(州) 하원의원. 마쓰모토는 하와이 음식 축제에 영감을 받아 올해 처음 열린 제주푸드앤와인페스티벌을 축하하기 위해, 또 하와이 공식 경제사절단의 일원으로서 남편 스콧 마쓰모토(일본계 하와이인)와 함께 방한했다.

다섯 살 때부터 훌라춤을 췄다. "어머니가 발레를 하셨어요. 세 살 때부터 배웠죠. 다섯 살 때 엄마가 '발레와 훌라 중 어떤 걸 하겠느냐' 물으셨고, 훌라를 선택했어요. 춤 동작이 아름답잖아요. 게다가 발레는 젊을 때만 출 수 있지만 훌라는 110세가 돼도 출 수 있어 끌렸죠."

미스 하와이에 처음 도전한 건 대학에 다니던 2008년이다. "제가 영상학 전공이에요. 학교 수업 과제로 동영상 제작을 해야 했는데, '미스 하와이'를 주제로 선택했어요. 선발 과정을 촬영하다가 덜컥 '나도 한번 나가볼까'란 생각이 들었어요."

미스 하와이는 쉽지 않았다. 2008년 마쓰모토는 본선에서 탈락했다. 2009·2010년 연이어 도전했지만 떨어졌고, 2011년 4수 끝에 꿈을 이뤘다.

하와이 주 하원의원 선거에 나선 건 2012년 미스 하와이 활동이 끝난 직후였다. "미스 하와이로 1년을 보내면서 제일 뿌듯했던 건 하와이를 위해 봉사한다는 점이었어요. 정치인도 비슷한 자리란 점에서 같다고 느꼈고 하원의원에 도전했지요."

주 하원의원이 되기는 미스 하와이보다 훨씬 쉬웠다. 2012년 마쓰모토는 고향 마을인 밀리라니(Mililani)가 포함된 45구역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2014년 연임에 성공했다. 바쁜 정치 일정 틈틈이 훌라 공연도 이어오고 있다. "매주 한 차례 호텔에서 관광객들 앞에서 공연해요. 정치로 쌓인 스트레스가 확 날아가죠."

그는 훌라춤이 "문자가 생기기 전 하와이 사람들이 역사를 기록한 수화(手話)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든 춤사위가 의미를 담고 있어요. 방금 훌라춤을 출 때 연주된 노래 제목이 '카울루웨히 오케카이(Kauluwehi Okekai)'예요. '바다의 채소'란 뜻이죠. 하와이 사람들이 즐겨 먹는 미역·김 따위 해조류를 가사에 담은 곡이에요. 해조류를 어떻게 수집하고 조리하고 먹는지를 훌라춤으로 표현하려 했어요. 훌라 공연자마다 표현 방식은 다릅니다."

마쓰모토는 하와이에 돌아가 바로 하원의원 선거를 준비한다. 그는 "당분간은 정치인으로서 지역사회에 봉사하고 싶다"며 "하지만 훌라는 내 첫사랑이자 끝사랑으로 영원히 출 것"이라고 했다.
기고자 : 김성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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