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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부산, 인천을 비롯한 지방자치단체들이 크루즈 여행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외국 관광객을 태운 대형 유람선이 기항(寄港)할 수 있도록 앞다퉈 부두를 확충하고, 서비스 개선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국내 크루즈 관광 시장은 올해 1조5000억원에서 내년엔 2조5000억원의 경제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추산되는 '황금 시장'이다. 해양수산부는 중복 기항을 뺀 순수 여행객이 2014년 105만명에서 올해 150만명, 내년엔 200만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크루즈 시장을 선점하라

지자체들은 저마다 장점을 내세우며 크루즈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제주도는 지리적 이점과 천혜의 자연 환경을 내세우고, 부산은 든든한 인프라를 부각하는 식이다. 2004년 처음 크루즈가 입항한 제주도는 아시아 지역 크루즈 기항(寄港) 실적 1위이다. 올해 크루즈가 500편 들어오고, 관광객은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지난해 입항 285편, 관광객 62만여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두 배 가까이로 늘어나는 것이다. 특히 내년 7월엔 15만t급 크루즈 두 척이 동시에 정박할 수 있는 서귀포시 강정 민군복합항이 문을 연다. 현공호 제주도 해양수산국장은 "제주도는 동북아 크루즈 시장의 중심인 중국 상하이에서 20시간 이내에 닿는 유일한 기항지"라고 말했다.

부산은 올해 크루즈선 승객 50여만명(230여척) 시대를 맞을 전망이다. 2011년 5만4000여명과 비교하면 5년 만에 10배 가까이로 늘어난 것이다. 부산항엔 아시아 최대 규모급 국제 여객선 터미널(연면적 7만8802㎡)이 있다. 영도구 크루즈 부두는 올해 22만t급 초대형 크루즈까지 배를 댈 수 있도록 안벽(岸壁) 길이를 360m에서 440m로 늘인다. 부산시는 대형 크루즈선 승객에게 국악 연주, 부채춤, 화관무(花冠舞) 등 축하 공연을 하고, 기념품을 준다. 자갈치 시장, 해운대, 해동용궁사, 면세점을 오가는 무료 셔틀버스도 제공한다. 부산 항만공사는 대형 크루즈선에 입항·접안·정박료를 30% 깎아준다. 강원도 속초를 모항(母港)으로 삼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일본 아오모리를 거쳐 부산에 입항하는 외국 크루즈 노선이 개발됐다. 강원도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과 연계한 마케팅도 추진하고 있다. 인천시와 인천항만공사는 인천항으로 들어오는 크루즈 승객(올해 25만명 예상)을 위해 신포시장과 차이나타운, 송도국제도시 등 인천시내 주요 관광지를 오가는 무료 셔틀버스를 준비했다.

◇'한나절 관광'에서 벗어나야

크루즈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국내 지자체들이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잠시 들렀다 가는 '한나절 관광'이라는 점이다. 이로 인한 시간적 제약으로 관광객들이 '면세점 쇼핑' 빼고는 별로 할 게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관광공사가 지난해 크루즈 관광객 1300명을 표본조사한 결과, 이들의 방문지는 면세점 등 쇼핑 시설이 41.5%로 가장 많았고, 자연 관광지(31.7%)와 박물관(11.7%) 순이었다. 평균 체류 5.94시간에 불과했다. 출입국 심사 시간이 길어지는 것도 문제다. 심사받기 위해 늘어선 줄이 수백m에 이르고 심사를 통과하는 데 2~3시간이 걸릴 때도 있다. 이 시간을 빼면 관광객들이 체류할 시간은 더 줄어든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출입국 심사대를 더 배치하고, 지자체들이 짧은 체류 기간을 알토란같이 활용할 수 있는 관광상품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일부 크루즈는 배 안에서 출입국 심사를 마치는 방법으로 관광객들의 대기 시간을 단축한다"고 했다. 장기적으로는 인근 관광지와 연계한 맞춤형 여행 프로그램을 개발해 크루즈 관광을 '머물 수 있는 관광'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래픽] 항구별 크루즈선 방문 횟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