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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 전 국무위원은 조선일보가 주최하는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17~18일) 참석을 위해 이날 입국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한국으로 치면 이제 한 대통령의 임기를 마친 셈"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평양에 빌딩도 많이 들어서고, 차도 많아졌다고 한다"며 "북한의 지도자도 (체제 유지를 위해선) 변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다이 전 국무위원은 작년 ALC에 참석한 탕자쉬안(唐家璇)의 후임으로, 2008~ 2013년 국무위원직을 수행하며 중국의 대외 정책을 총괄했다. 2003년부터 10년 동안 중국 외교정책을 이끈 두 실무 사령탑이 차례로 ALC에 참석해 중국의 대북·대외 정책에 대해 발표하는 것이다.
다이 전 국무위원은 3년 전 현직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중국 외교부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중국 외교부 아시아담당 부국장 등 7명의 현역 공무원이 그를 수행해 함께 입국했다. 공항에는 추궈훙 주한 중국대사가 영접을 나왔다. 그의 방한은 은퇴 후 처음이다.
다이 전 국무위원은 17일 ALC에서 기조연설을 한다. '무슨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냐'고 묻자 "중국 외교부가 써준 대로 말해야지"라고 농담을 한 뒤 "동북아 국제 정세, 중·한 관계, 한반도 문제, 중국 경제 발전 등에 대해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연설은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 세션' 직후로 예정돼 있다. ALC에서 미국 전 대통령과 중국 전 외교 수뇌가 북핵 등 북한 문제 해법을 놓고 어떤 입장 차이를 내보일지도 관심거리다. 다이빙궈는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와 관련해 중국 정부를 대변해 적극 반대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북한은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이어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시험을 잇따라 강행하고 있다. 한·미는 북한이 핵무기를 미사일에 탑재하기 위한 핵 소형화 기술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다이 전 국무위원은 "아직 (북한 핵이) 미국을 위협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며 "미국도 북한의 미 본토 공격이 어렵다는 걸 잘 알고 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북핵 문제는 미·북 간 양자 문제"라면서 "미국이 풀겠다고 해야 풀리는 것 아니냐. 미국에 달렸다"고 했다. 다이 전 국무위원은 한·중 관계에 대해선 "양국 최고지도자들이 최근 얼마나 자주 만나느냐"며 "이전에 비해서 상당히 좋아졌다"고 말했다. 중·일 관계에 대해선 "(재임 때보다) 좋아지긴 했는데 여전히 별로다"라고 했다.
그는 최근 발간한 회고록에서 '현역에 있을 때는 잠을 못 자 매일 수면제를 복용해야 했지만 퇴임하자마자 수면제를 버렸다'고 밝혔다. 다이 전 국무위원은 1년여 전 심장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75세 노인이지만 잘 지낸다"면서 공항 입국 게이트에서 귀빈 주차장까지 수백m를 성큼성큼 걸어갔다.
[中 다이빙궈는…]
후진타오 5년간 외교 지휘… 김정일과 긴밀했던 북한通
다이빙궈(戴秉國)는 외교부 당서기(2003~2007), 중국 외교부 부부장(2005~2008)을 지낸 뒤 2008년 외교담당 국무위원(부총리급)에 올라 5년간 후진타오(胡錦濤) 정부의 외교 정책을 진두지휘했다. 중국 내 대표적인 북한통이다.
1997년 당 대외연락부장으로 북핵문제를 다루면서부터 김정일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김정일만 10여 차례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펴낸 회고록에서 김정일 사망과 관련해 '그와 쌓은 우정을 평생 잊지 않을 것'이라고 쓰기도 했다. 2003년 4월 평양에서 김정일을 설득해 6자 회담을 성사시켰다. 2009년엔 후진타오 주석 특사로 방북해 김정일에게 "북한은 핵 문제 해결을 위해 양자 및 다자간 대화에 나설 용의가 있다"는 답변을 얻어냈다.
다이빙궈는 투자(土家)족 출신이다. 소수 민족으로는 드물게 최고위직인 국무위원에 올랐다. 구이저우(貴州)성 산골에서 태어나 고교 때까지 거의 맨발로 학교를 다닐 정도로 가난한 유년시절을 보냈다. 쓰촨(四川)대학 외국어학과에 합격한 후 등록금을 구하려고 지역 문교국(文敎局)까지 75㎞를 걸어갔다는 일화도 있다. 기고자 : 전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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