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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생활 화학제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시판 탈취제인 '페브리즈'에도 폐 손상 등을 일으킬 수 있는 유해 물질 성분이 든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는 "페브리즈의 안전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앞으로 독성 실험을 할 예정"이라면서도 "(이 화학물질이 페브리즈에 미량 포함돼 있어) 사용해도 건강상 위해를 일으킬 정도는 아니다"고 밝혔다. 또 다른 탈취제 제품에서는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에 포함돼 사용이 금지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 든 사실이 드러나 제품 회수 등 조치가 이뤄졌다.

환경부는 17일 "P&G가 제출한 페브리즈 성분을 분석한 결과 섬유 탈취제에는 미생물 억제제(항균제)인 DDAC(디데실디메틸암모니움클로라이드)가 0.14%, 공기 탈취제 페브리즈 제품엔 미생물 억제제(보존제)인 BIT(벤조이소치아졸리논)가 0.01% 함유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DDAC와 BIT는 소독용이나 방부제로 쓰는데 제품이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 탈취제를 비롯한 여러 생활 화학제품에 들어간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 화학제품들은 미국 환경보호국(EPA)과 유럽연합(EU)에서도 방향제, 탈취제용으로 허가된 성분이지만 호흡을 통해 일정량 이상을 들이마실 때 얼마나 안전한지에 대한 연구는 아직 국제적으로 충분치 않은 상황"이라며 "앞으로 독성 실험 등을 통해 안전성 여부를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에서 시판하는 페브리즈 속 DDAC 농도는 미국 정부가 허용한 기준치(0.33% 이하)보다 낮다고 환경부는 전했다.

이 때문에 현재 시판하는 페브리즈에 든 이런 유해물질 농도는 당장 건강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양지연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 교수는 "페브리즈에 든 BIT 성분은 위해성이 높지는 않은 수준으로 평가되고, DDAC는 간이 실험에서 '안전하다'고 판단할 만한 기준선을 오르내리는 정도라 호흡기계 등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정도의 농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탈취제 제품에서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이후 사용이 금지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 등이 검출됐다. 환경부는 작년 7월부터 생활 화학제품 331개에 대한 안전 기준을 조사한 결과를 17일 발표하고 "금지 물질이 들었거나 기준치를 초과한 유해 물질이 든 화학제품 7종을 찾아내 지난 1월 22일 해당 업체에 판매 중단 및 회수 조치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특히 바이오피톤㈜이 만든 '신발무균정'이란 탈취제에는 탈취제 제품에 아예 쓸 수 없도록 한 화학물질 PHMG와 PHMB가 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수입업체 에이스마케팅의 세정제 'Leather CLEAN & RENEW WIPES', 미용닷컴이 생산한 문신용 염료 '나노칼라 다크 브라운', 네오제퍼가 수입한 세정제 '퍼니처크림', 뉴스토아의 수입품 탈취제 '어섬 페브릭', 비엔에스월드링크가 수입한 세정제 '멜트', 필코스캠이 생산한 '에어컨·히터 살균 탈취' 등이 안전 기준을 초과해 유해 화학물질을 쓴 것으로 밝혀졌다.

환경부는 이 제품들의 판매를 중단시키고 판매처에 납품한 재고 대부분을 회수해 폐기 처분했다고 밝혔지만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미 지난 1월 해당 업체에 판매 중단 및 회수 조치를 내리고도 4개월이나 지난 뒤에야 이런 사실을 공개해 이 기간에 일부 소비자가 문제가 된 제품을 계속 쓰도록 사실상 방치했기 때문이다.

[그래픽] 금지 물질을 쓰거나 안전기준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난 7개 제품 기고자 : 김성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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