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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저출산으로 인한 병력 자원 감소를 대비해 2023년까지 산업기능요원 같은 대체 복무뿐 아니라 의무경찰 등 전환 복무까지 모두 없애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대체 복무는 산업체나 연구기관, 대학 등에서 일정 기간 근무한 것으로 군 복무를 인정하는 제도다. 전환 복무는 현역으로 입대한 직후 신분이 바뀌어 경찰이나 소방서 등에서 근무한 것으로 군 복무를 인정하는 제도로, 현역병과 같은 처우를 받는다. 현재 대체 복무와 전환 복무 요원은 연간 2만8000여명이다. 과학기술계와 산업계는 이공계 병역특례제 폐지가 우수 이공계 인력의 해외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국방부 "저출산 때문에 불가피"

국방부 관계자는 17일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대체 복무 요원과 전환 복무 요원을 단계적으로 감축해 2023년에는 한 명도 뽑지 않는 방안을 유관 부처와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35만명 수준인 20세 남성 인구(군 입대 가능 기준)는 2023년쯤에는 25만명으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병력을 단계적으로 감축해도 2020년 이후에는 병력 자원 2만∼3만명이 부족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간 2만8000여명에 이르는 병역특례제를 없애 부족한 병역 자원을 메우겠다는 것이다. 올해 대체·전환 복무 요원은 의무경찰·의무소방원·해경 등이 1만6700여명, 산업기능요원 6000여명, 전문연구요원 2500여명 등이다. 공중보건의도 단계적인 폐지 대상이다. 국방부는 또 박사과정 전문연구요원의 경우 2019년부터 선발하지 않을 방침이다.

◇과학·산업계 반발

하지만 과학기술계와 산업계 반발이 거세다. 박현욱 KAIST 부총장은 "학생들을 상대로 조사해본 결과 60% 이상이 병역 혜택이 없다면 대학원 진학을 포기하거나, 해외로 유학을 가겠다고 답했다"면서 "특히 가장 우수한 이공계 인력이 전문연구요원이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도 폐지는 곧바로 과학기술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군 제대 후 해외 유학을 가면 현지에서 취업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현재 전문연구요원 대부분은 서울대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포스텍 등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에 집중돼 있다. KAIST의 경우 박사과정 재학생 600여명 중 절반 정도가 병역특례 전문연구요원이다.

이날 국방부 방침이 알려진 뒤 서울대·KAIST·포스텍 등의 교내 게시판과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에는 "빨리 군대 다녀와서 유학을 가는 게 유일한 방법" "법학전문대학원·의학전문대학원으로 가자" 등의 게시글이 줄을 잇고 있다. 포스텍 관계자는 "포스텍과 KAIST가 우수한 연구 성과를 내면서 세계대학평가에서도 상위권을 차지하는 데 병역특례가 큰 공헌을 했다"고 말했다.

◇정부 내 반대도

전문연구요원 제도를 운영하는 미래창조과학부와 교육부, 산업기능요원을 담당하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기업청 등 관계 부처 역시 국방부가 제대로 된 협의를 하지 않았다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용홍택 미래창조과학부 미래인재국장은 "국방부가 올 초 관계부처 협의를 요청해서 반대 입장을 밝혔는데, 이를 무시하고 폐지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미래부는 교육부, 산업부 등과 공조해 병역특례 제도 존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중소기업들도 국방부 방침에 우려를 표시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논평에서 "기술·연구 인력이 부족한 심각한 상황에서 병역특례제도가 폐지될 경우 글로벌 경기 악화와 인력난의 이중고에 처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래픽] 현역 판정자 중 전환·대체 복무 인원 / 군입대 가능인원 변화 추이 전망 기고자 : 유용원 박건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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