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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섬유산업의 중심지이자 인구 33만명의 작은 도시 레스터가 푸른 빛으로 물들었다. 2015~2016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레스터 시티의 우승 축하 퍼레이드가 16일(현지 시각) 열렸다. 도심에는 팀 상징색인 파란 깃발을 든 주민 24만명이 몰려들었다. 주민 3명 가운데 2명이 참가한 셈이다.

'132년 만의 동화 같은 우승'을 일군 팀의 도시가 동화 속 세상처럼 밝게 물든 순간이었다. 1884년 창단한 레스터 시티는 그간 단 한 차례도 우승컵을 들어 올린 적이 없었다.

15일 첼시전을 끝으로 시즌을 마무리한 레스터 시티는 다음 날 연고지에서 우승 축하 카퍼레이드를 계획했다. 레스터 시티는 지난 2일 여유 있게 우승을 확정했지만 리그가 마무리되면서 우승의 감동을 한 번 더 만끽하기 위해 만든 이벤트였다. 감독과 선수들은 지붕 없는 2층 버스에 올라 도심을 가로질렀다.

거리 곳곳에는 이들을 맞이하러 몰려든 팬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시민들은 구단 깃발과 팀 마스코트인 여우 모형을 흔들며 선수단을 맞았다. 넘치는 인파로 거리에 나서지 못한 이들은 창밖으로 몸을 내밀거나 옥상에 올라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거리에는 '꿈이 진짜 이뤄졌다' '우리는 두려울 게 없다'고 적힌 플래카드가 나부꼈다.

난생처음 성대한 환영을 받아 본 선수들은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인파를 찍었다. 8부 리그에서 뛰던 공장 노동자에서 우승 주역이 된 제이미 바디는 환호하는 팬들을 향해 우승 트로피를 머리에 뒤집어써 보이며 환하게 웃었다. 바디는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다"며 "우리가 성취한 것이지만,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카퍼레이드에는 레스터 시티의 태국인 구단주이자 태국 면세점 기업인 킹파워그룹의 비차이 스리바다나프라바 회장도 함께했다.

'1부 리그 잔류'가 목표인 만년 꼴찌팀을 부임 첫해에 정상까지 올려놓은 클라우디오 라니에리(65·이탈리아) 감독은 상복이 터졌다. 퍼레이드가 끝나고 몇 시간 뒤 라니에리 감독은 프리미어리그 선정 '올해의 감독'으로 뽑혔다. 비영국계 감독으로는 아스널의 프랑스인 감독인 아르센 벵거에 이은 두 번째 수상이다. 그는 이날 리그감독협회(LMA)가 주는 '올해의 감독상'도 수상했다. 라니에리는 이번 시즌 동안 프리미어리그 '이달의 감독상'만 세 차례 받았으니 총 다섯 차례 감독상을 받은 것이다. 그는 감독 인생 30년 만에 최고의 순간을 만끽했다.

[그래픽] 레스터 기고자 : 김승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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