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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평화의 광장에 세워진 프랑스 참전용사비 앞에 푸른 눈의 백발 할머니가 멈춰 섰다. 이 할머니는 길게 묵념한 뒤 참전용사비에 헌화를 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6·25전쟁 때 프랑스군으로 참전했던 고(故) 레몽 베르나르씨의 아내 니콜(85)씨였다.

레몽 베르나르씨는 지난해 3월 87세를 일기로 프랑스에서 사망했다. 그의 유해는 두 달여 뒤인 5월 15일 부산 UN기념공원에 묻혔다. "내가 지킨 나라 한국에 나를 묻어 달라"는 노병(老兵)의 유언을 유족들이 받들어 유해를 한국 땅에 모셔왔던 것이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18일, 니콜씨는 6·25전쟁 당시 프랑스 군인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 180점을 들고 전쟁기념관을 찾았다. 남편이 보관해온 사진들이다. 사진에는 프랑스 군인들이 낙하산을 메고 바다로 뛰어내리는 모습과 목숨을 걸고 포연 속으로 뛰어드는 장면 등이 담겨 있다. 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를 읽으며 담배를 피우고 있는 병사 사진처럼 '전쟁 속 일상'을 담은 사진도 포함돼 있다. 니콜씨는 "남편은 생전에 집을 태극기로 장식하고 한국을 '제2의 고향'으로 여기며 그리워했다. 이 사진들은 남편이 한국에 주는 마지막 선물"이라며 전쟁기념관에 기증했다. 이영계 전쟁기념관장은 "프랑스 군인들의 숭고한 희생을 잊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날 가수 이승철씨도 전쟁기념관을 찾았다. 이씨는 2010년 9월 베르나르씨가 6·25 참전 프랑스 군인들과 함께 방한했을 때, 자신의 공연 DVD를 선물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이후 두 사람은 서로 자택을 방문하며 친분을 쌓았다. 지난해 베르나르씨의 유해가 왔을 때는 그가 직접 안치식에 참석해 추도사를 낭독하기도 했다. 기고자 : 이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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