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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 5·18 민주묘지에 모인 여야(與野) 정치인들이 합창단의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기념식은 자연스럽게 제창 형식으로 치러졌다. 참석자들 중 황교안 국무총리와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은 노래를 따라 부르지 않았다.
18일 오전 10시 거행된 기념식에는 5월 단체 관계자와 유가족들, 광주 시민 등 3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치러졌다. 박근혜 대통령을 대신해 정부 대표로 참석한 황 총리를 중심으로 맨 앞줄에는 정의화 국회의장,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철수·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한광옥 국민통합위원장, 현 수석이 자리했다.
애국가 제창을 시작으로 기념식이 거행되는 순간 한쪽에서 고성과 욕설이 오갔다.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 결정을 내린 박 처장의 입장을 제지하기 위해 유가족과 시민들이 거세게 항의하면서 아수라장이 벌어졌다. 결국 박 처장은 애국가가 제창되는 동안 행사장을 떠나야 했다. 박 처장은 기자들과 만나 "찬성·반대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국민 공감대가 이뤄져야 한다"며 "이 기념식은 (민주화 운동) 당사자 기념식이 아니고 정부 기념식이다. 국민의 의사가 중요하다"고 했다.
황 총리가 5·18 희생 영령에 대한 헌화와 분향을 마친 뒤 합창단의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 순서가 이어졌다. 전주가 흐르자 참석 인사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김 대표와 안 대표, 문재인 전 대표 등은 작은 태극기를 흔들며 노래를 불렀다. 정진석 원내대표도 동참했다. 일부 보수 단체 관계자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이 연주되자 항의 표시로 행사장을 퇴장하기도 했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논란이 있었지만 결국 자연스럽게 제창 형식이 된 것 아니냐"고 했다. 정부 측 인사인 황 총리와 현 수석은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긴 했지만 노래를 따라 부르지는 않았다.
20여분 만에 기념식이 끝난 뒤 야권(野圈) 인사들은 "5·18 기념식이 졸속으로 치러졌다"며 반발했다. 더민주와 국민의당 지도부는 전날 전야제 행사부터 참석해 광주에서 1박을 했다. 이날 기념식에는 더민주 당선자 70여명, 국민의당 당선자 35명이 참석했다. 공식 기념식이 끝난 뒤 더민주 지도부는 구묘역 참배에 나섰고, 국민의당 당선자들은 신묘역을 참배했다.
김종인 대표는 정부의 기념곡 합창 결정에 대해 "정부가 너무나 옹졸하다. 합창만 허용한 것은 아집에 사로잡힌 결정"이라고 했다.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는 "합창은 되고 제창은 안 되고 도대체 무슨 논리인지 알 수가 없다"며 "어쨌든 우리는 행사가 아주 성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안 대표는 "국민 통합에 저해되는 결정"이라고 했다.
박 처장을 해임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보훈처장의 작태에 대해 국민이 분노한다. 해임 촉구 결의안을 20대 국회에서 낼 것"이라고 했다. 우상호 원내대표 역시 "해임 건의안을 더민주 의원 공동으로 발의할 것"이라고 했다. 김성식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호국정신으로 튼튼한 안보 하나 된 대한민국'이라는 기념식장 문구를 가리켜 "이게 5·18 행사 구호가 맞느냐"며 현 수석에게 "행진곡도 안 부른 게 무슨 기념식이냐"고 소리쳤다.
이날 야권의 '잠룡'들도 기념식장에 모두 모였다. 기념식장에 맨 먼저 도착해 있던 문 전 대표는 김 대표와 안 대표 등과 차례로 인사를 나눴다. 전날 전야제 행사에 함께 참석했지만 조우하지 못했던 문 전 대표와 안 대표는 지난해 12월 김근태 민주통합당 전 상임고문 추도식 후 5개월여 만에 얼굴을 맞댔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참석했다. 손학규 전 상임고문은 공식 기념식이 끝난 뒤 지지자들과 함께 개인 자격으로 5·18 묘지를 참배했다.
기고자 : 박국희 엄보운
본문자수 :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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