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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파 갈등으로 새누리당의 분당(分黨)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권(野圈)도 함께 분주해지고 있다. 더민주 중도파와 국민의당에서는 내년 대선에서 여당 내 비박(非朴) 등 중도 보수와 야권의 중도 진보가 손을 잡는 '정계 개편' 시나리오까지 거론하고 있다.

◇손학규 "새 판 앞장"

더민주 손학규 전 상임고문은 18일 광주(光州)에서 지지자 300여명이 참석한 오찬 모임을 갖고 "우리는 이번 총선의 결과를 깊이 새겨 국민의 분노와 좌절을 제대로 안아서 새 판을 짜는 데 앞장서 나갈 뜻을 다짐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손 전 고문은 이날 '새 판'이라는 말을 여러 번 반복했다. 그는 "새 판을 시작한다는 뜻이 있어 오늘이 더욱 새롭다" "광주의 5월은 이제 시작"이라고 했다. 손 전 고문은 2014년 7월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전남 강진에 머물러왔다. 그러나 이날 모임에는 더민주 이개호 김병욱 당선자, 유근기 전남 곡성군수, 광주의 더민주 총선 낙선자인 이병훈·최진·정준호씨가 참석해 세(勢)를 과시했다.

손 전 고문은 '새 판'에 대해 직접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측근들은 "단순한 야권 통합이 아니라 현재의 정당 구조를 뛰어넘는 전면적인 정치 재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손 전 고문과 새누리당 비박계 일부가 참여하는 '제3 신당론'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한 핵심 측근은 "문재인 전 대표나 안철수 대표를 위한 들러리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손 전 대표는 정계 은퇴 2주년이자, 자신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 출범 10주년이 되는 오는 7월 본격 정치 복귀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 "지금은 힘을 합칠 때"

국민의당에서도 새누리당의 분화(分化)를 염두에 둔 발언이 이어졌다. 안철수 대표는 이날 광주 기자간담회에서 "새누리당에서 합리적 보수 성향 인사가 온다면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여당 내 비박계를 향한 러브콜인 셈이다. 다만 안 대표는 "정체성이 다르기 때문에 새누리당과 연정(聯政)은 없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여당과 강하게 싸우길 바라는 호남 민심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후 안 대표는 "창당 때부터 '개혁적 보수, 합리적 진보'와 함께한다고 했다"며 "지금은 힘을 합쳐서 나라를 위기에서 구해야 할 때"라고 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도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이 합류한다면 좋겠다"고 했다.

◇정의화·유승민 움직이나

야권에서는 무소속인 정의화 국회의장과 유승민·주호영 의원 등 중도 성향 여권 인사들의 동향을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 및 여당 친박(親朴)들과 대립해 왔고 성향도 중도에 가깝기 때문에, 새누리당의 분당이 현실화될 경우 야권과 손잡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 등과 함께 자신의 싱크탱크 '새한국의 비전'을 곧 출범시킬 계획이다. 정 의장은 18일 기자들과 만나 "올해 10월까지 기존 정치 지형과 무관하게 내가 지향하는 목표를 달성할 방법을 고심하겠다"며 창당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유승민 의원은 복당을 신청했지만 여당 내 상황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진보 지지층을 기반으로 하는 문재인 전 대표를 제외한 안철수 대표, 손학규 전 고문이 여권 중도 인사들과 제휴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당보다 외연이 크게 확장된 '중도 정당'에 안 대표와 손 전 고문, 유승민 의원 등이 함께 모이고 이들 간 경선을 통해 대선 후보를 결정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내년 대선을 친노(親盧) 중심의 진보, 중도, 친박 중심의 보수 3파전으로 만들자는 구상이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각자 입장이 다르다. 안 대표 및 국민의당은 "새누리당 탈당 인사들이 국민의당으로 들어오라"는 것이고, 손 전 고문 측은 "특정 후보를 위한 들러리는 서지 않겠다"며 새로운 정당을 구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고자 : 정우상 김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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