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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6월, 미국 오하이오주는 폭동이 일어날 듯한 분위기였다. 2003년 프로 데뷔 이후 7년간 줄곧 고향팀 NBA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에서 뛰었던 르브론 제임스가 이적한다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오하이오 주지사 등 각계각층 팬들이 나서서 마이클 잭슨의 히트송 'We are the world'를 패러디한 'We are LeBron(우리는 르브론)'이라는 노래를 만들었다. 시내 곳곳엔 '르브론 남아줘'라는 글과 플래카드가 걸렸다. 그해 7월, 르브론은 마이애미 히트로 이적했다. 팬들은 분노했다. 거리에선 르브론 유니폼 화형식이 열렸다. 쓰레기통마다 그와 관련된 물건이 넘쳤다. 그날 오하이오주 지역지 1면엔 르브론의 뒷모습과 'GONE(갔다)' 4글자만 적혔다.
친정팀에서 7년간 단 한 번도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던 그는 우승 반지를 위해 강팀인 히트로 이적을 결정했다. '킹(KING)', '효자', '의리남' 등 그를 칭송하는 별명 대신 오하이오주의 팬들은 르브론을 적이라 불렀다. 르브론은 오하이오주 애크런시에서 16세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났다. 효심이 깊다는 칭찬이 자자했다. 함께 운동한 친구가 고교 명문팀에 낙방하자 친구와 함께 무명 고교에 입학해 우승을 이끌어 의리남으로 통했다. 르브론의 고교 졸업 때 캐벌리어스는 드래프트(신인 지명) 1순위를 얻기 위해 일부러 리그 꼴찌(꼴찌에게 1순위가 주어짐)를 했다. 그랬던 만큼 르브론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는 더 컸다.
이적 이후 르브론은 히트에서 두 번의 NBA 챔피언을 경험했다. 4년이 지난 2014년 그는 장문의 편지를 썼다. "오하이오는 나의 심장에 특별한 곳이다. 나는 집으로 돌아간다." 자유계약이 된 그는 캐벌리어스로 돌아왔다. 팬들은 '킹 르브론'의 부활이라며 그를 반겼다. 그는 단숨에 팀을 2014~2015 NBA 챔피언결정전까지 올려놨다. 하지만 또 다른 수퍼스타 스테판 커리가 이끄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에 2승 4패(7전 4선승제)로 우승을 내줬다.
이번 시즌 르브론은 고향팀의 우승을 위해 분투하고 있다. 18일 캐벌리어스는 동부 콘퍼런스 결승 1차전에서 토론토 랩터스를 115대84로 격파했다. 르브론은 이날 28분을 뛰며 24점을 넣는 활약을 보여줬다. 랩터스를 꺾으면 서부 콘퍼런스 결승에서 대결 중인 워리어스와 오클라호마 시티 선더 승자와 챔피언을 다툰다.
미국에선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이게 다 르브론 탓"이라는 농담을 할 만큼 그는 미움의 대상이다. 르브론은 독감에 걸린 상대 선수를 흉내 내며 조롱하고, 안티 팬들을 향해 "현실 세계에선 별 볼일 없는 사람들"이라고 쏘아댄다. 할리우드 액션으로 반칙을 얻는다는 비판도 있다. 르브론도 자신을 향한 분노와 조롱을 알고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스포츠를 통틀어 나는 가장 쉬운 먹잇감(target)일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말을 덧붙였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신경 쓰지 않는다. 오직 내 유니폼 등 뒤에 적힌 이름값이 중요할 뿐이다." 르브론을 싫어하는 팬들도 그의 플레이에선 눈을 떼지 못한다. 커리어 통산 평균 27.2 득점, 7.2 리바운드를 기록 중인 그는 3점 슛 위주인 커리와 달리 골 밑에서도 밀리지 않는 힘과 개인기를 갖췄다.
캐벌리어스는 아직 NBA 챔피언에 오른 적이 없다. 르브론이 고향팀의 첫 우승을 이끌 수 있을 것인지, 올해 NBA의 관심은 '배신자'이자 '왕'인 이 남자에게 쏠리고 있다.
키워드로 본 르브론 제임스
신장:203㎝ 나이:32세 팀 :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포지션 : 스몰 포워드 MVP : 4회(2009·2010·2012·2013) 별명:킹(King·왕), 안티 히어로(안티팬이 많음) ▲의리남: 친한 친구를 위해 농구 명문고 포기 ▲숨은 효자 : 열여섯 살 미혼모의 아들, 가난했던 환경 딛고 일어나 ▲동네 영웅 : 고향팀 클리블랜드에서 데뷔 후 활약 ▲배신자 : 우승 위해 고향팀 버리고 마이애미 히트로 이적 ▲입방정 : 상대를 가리지 않고 막말 일삼아 ▲안티 제조기 : 팬들을 조롱해 안티팬 자초 기고자 : 임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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