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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무섭다, 무서워."

18일 밤(현지 시각) 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칸의 뤼미에르 극장에서 '곡성'(감독 나홍진)을 보고 있던 한 여성 관객은 객석 팔걸이를 꽉 붙잡은 채 중얼거리고 있었다. 관객들은 영화 후반부에 주인공과 그의 친구들이 좀비와 싸우는 장면에서 환호성을 질렀다. 영화가 끝난 후 기립 박수가 5분 넘게 쏟아졌지만, 일부 관객은 영화를 완전히 이해 못 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 공식 부문에 초청받은 '곡성'은 공식 상영 전부터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다. 영화제 공식 소식지인 '스크린 데일리'는 "최근 몇 년간 나온 한국 영화 최고작 중 하나"라며 "나홍진 감독은 기대를 뛰어넘었고, 관람 후 논쟁(post-viewing debate)을 일으킬 게 분명하다"고 했다. 프랑스 영화전문지 카이에 뒤 시네마의 평론가 뱅상 말로자는 SNS에 "곡성은 올해의 영화"라고 올렸다.

18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나 감독은 '관객들에게 혼란을 주는 것을 왜 좋아하느냐'는 물음에 "영화의 절정을 심리적 혼돈의 극대화로 표현하고 싶었다. 너무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고 했다. 나 감독은 한국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공식 상영 후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이 차까지 마중을 나와서 '영화를 자주 찍어라. 다음 영화는 경쟁부문으로 가자'고 했다. 러브스토리를 찍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하더라"라고 웃으며 말했다.

'할리우드 리포터' 역시 감독, 배우, 촬영감독, 프로덕션 디자이너 이름과 장점을 하나씩 짚어가면서 칭찬을 했다. 특히 영화제에 처음 온 곽도원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스크린 데일리'는 "주연배우일 줄 알았던 황정민이 조연이고, 조연을 주로 맡던 곽도원이 주연을 맡아서 관객의 기대를 또 한 번 뒤집었다"며 "(곽도원은) 이야기의 중심을 잡는 묵직한 연기를 선보였다"고 평했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시나리오 작가로서 나홍진 감독의 위대한 발명품은 종구라는 캐릭터다. 혼란스러워하는 판다 같은 곽도원이 연기한 종구는 정도, 겁도 많다. 그는 갈팡질팡하는 코믹 연기와 강렬한 고통 연기를 놀라울 정도로 함께 녹여냈다"고 했다.

공식 상영 후 기립 박수를 받을 때 곽도원의 눈에는 눈물이 비쳤다. 이 영화를 찍으며 사귀게 된 극 중 아내 역할의 장소연을 와락 안기도 했다. 곽도원은 "연극할 땐 돈을 못 벌어도 무대에서 관객 박수를 받으면 피로가 풀렸다. 연극을 안 한 지 오래돼서 이런 박수가 오랜만이다"라고 했다. 나 감독의 촬영 현장이 치열하다는 소문에 대해 "이틀이면 촬영이 끝날 줄 알았던 장면을 일주일씩이나 찍는 등 힘든 시간이 많긴 했다. 하지만 대충 하고 창피를 당하는 것보다 힘들게 하고 나서 박수를 받는 게 더 좋다"고 했다.

'곡성'은 외지인이 나타난 후 시작된 의문의 사건과 기이한 소문 속 미스터리하게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11일 국내 개봉해 18일 관객 300만명을 돌파했다. '스크린 데일리'는 이 영화를 할리우드의 폭스인터내셔널에서 배급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국내 투자배급사들이 대부분의 상업 영화 배급을 맡는 한국 영화계 시스템이 '곡성'의 성공을 계기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기고자 : 변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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