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6·25전쟁의 결과로 맺어진 정전 체제는 어떻게 탄생했고, 오늘날 지니는 의미는 무엇인가.

18일 저녁 서울 신문로 아산정책연구원 2층 회의실에서 열린 '제8회 아산서평모임'에서 한국현대사 연구의 보수·진보·중도적 시각을 대표하는 중진학자인 김명섭(연세대), 박명림(연세대), 이완범(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등이 6·25전쟁과 정전 체제의 성격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 김명섭 교수가 지난해 말 펴낸 '전쟁과 평화: 6·25전쟁과 정전 체제의 탄생'(서강대출판부)을 대상으로 마련된 이날 토론회는 약정 토론자로 참석한 박명림·이완범 교수를 비롯한 20여 명의 인문·사회과학자들이 김 교수의 발제를 듣고 열띤 난상토론을 4시간 동안 이어갔다.

가장 뜨거웠던 논의 주제는 북한·중국과 한국 사회 일각에서 요구하는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 문제였다. 김명섭 교수는 "평화 체제에 대한 이상이 평화협정에 대한 맹신으로 왜곡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며 "한반도의 평화 체제는 정전협정과 한미상호방위조약으로 구성된 정전 체제의 맹목적 폐기가 아니라 보전·폐기·초월을 포괄하는 '양기'(揚棄·더 높은 차원으로 끌어올림)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명림 교수는 "평화협정이 체결되지 않으면 UN의 적대국인 북한과 중국이 UN 활동을 하는 국제법적 모순이 해소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완범 교수는 "평화협정 없이도 이미 평화체제와 비슷한 효과를 거두고 있고 북한과 평화협정을 논의한다면 미국이 아니라 한국이 주체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전협정의 성격에 대해서도 참석자들의 견해가 엇갈렸다. 이근관 서울대 교수는 "정전협정으로 모든 전선에서 휴전이 이루어진 만큼 그 자체를 전쟁의 종결로 봐야 한다"며 "평화협정 없이 전쟁이 끝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복룡 건국대 명예교수는 "정전협정으로 종전됐다면 백령도와 연평도 사이에 공해(公海)를 설정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현실이 종전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말해준다"고 말했다.

전쟁의 명칭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표명됐다. 김명섭 교수는 "전쟁의 발발 책임을 분명히 한다는 점에서 '6·25전쟁'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박명림 교수는 "전쟁을 발발일로 이름 붙이는 경우는 없고 이승만·박정희 시대에도 한국동란·한국전쟁이란 표현을 사용했다"며 "현재로서는 '한국전쟁'이라는 표현이 무난하다"고 말했다. 이완범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전쟁을 우리가 한국전쟁이라는 타자적 용어로 부르는 것은 어색하다"며 "국내적으로는 '6·25전쟁', 국제적으로는 '코리아 워(Korea War)'라고 부르는 게 좋다"고 말했다.

6·25전쟁이 내전이나 국제전이냐는 오랜 논란에 대해서 김명섭 교수는 국제전적 성격을 강조했고, 박명림 교수는 국제전과 내전이 결합된 '세계시민전쟁'으로 규정했으며, 이완범 교수는 '국제전적 성격이 강한 복합전'으로 보았다.

기고자 : 이선민
본문자수 : 1454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