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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산되는 '재팬게이트'
스즈키는 지난 18일 경차 8종, 승용차 8종 등 모두 16개 차종 210만대에 대해 법을 따르지 않고 부적절한 방식으로 연비를 측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날은 미쓰비시자동차의 아이카와 데쓰로 사장이 연비 조작 사건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사임을 발표한 날이기도 했다. 미쓰비시는 지난달 4개 차종, 62만대에 대한 연비 조작 사실을 발표했다. 25년간 부정한 실험 방법으로 연비를 측정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파문이 확산되면서 경영 위기에 처한 미쓰비시는 닛산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닛산도 배출 가스 논란에 휩싸였다. 우리 환경부는 닛산이 캐시카이에 배출가스인 질소산화물(Nox) 저감장치 작동을 중단시키는 임의설정을 했다고 발표했다.
세계 1위 자동차 회사인 도요타도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2010년 가속페달 결함으로 1000만대 리콜의 악몽을 경험했던 도요타는 현재 과도한 폭발압력으로 문제가 된 다카타 에어백을 장착한 '코롤라' 등 500만대를 리콜해야 할 상황이다.
◇"내부 소통 단절과 과도한 경쟁을 둘러싼 압력 등이 원인"
일본 자동차업계의 잇따른 스캔들은 상명하복(上命下服)과 소통 단절 등 폐쇄적인 일본식 기업문화가 원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오사무(鈴木修) 스즈키 회장도 '사내 의사소통'(가제토시·風通し)이 잘되지 않은 것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기업윤리 전문가인 미즈오 준이치(水尾順一) 스루가다이대 교수는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이익 지상주의에 빠지기 쉬운 톱(최고경영자)의 자세, 형식적인 내부 신고 창구 등 복합적 요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과도한 연비 경쟁과 이를 둘러싼 상부의 압력도 작용했다. 연비가 중요한 경차가 주력인 스즈키와 미쓰비시는 과도한 경쟁으로 목표치를 높일 수밖에 없었고, 기술적인 한계에 부딪히자 편법을 썼다는 것이다. 스즈키는 2010년부터 연비 테스트 과정에서 일본 국토교통성이 정하는 방법과 달리 회사의 실내 시험 데이터 등으로 측정해 높은 연비가 나올 수 있도록 조작했다. 또 미쓰비시의 경영층은 "어떻게든 연비 (목표)를 달성하라. 방법은 너희들이 생각해라"며 압력을 가했고 직원들은 목표에 맞춰 데이터를 조작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규제로 이뤄진 자동차업계 특성상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는 연구·개발과 달리 손쉬운 조작 유혹은 늘 존재할 수밖에 없다"며 "이런 편법과 불법적인 방법을 써서 일본 자동차 회사는 '세계 최고의 연비' '최고의 기술력' 등을 자랑했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이런 데이터 조작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했다. 유지수 국민대 총장은 "미쓰비시가 25년 동안 조작된 연비 데이터를 정부에 제출했지만, 정부는 까맣게 몰랐다"며 "일본 정부가 연비나 배출가스 검사에 대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던 점도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일본 차업계 빅3로 재편되나
이번 스캔들은 일본 자동차산업의 재편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도요타는 올 1월 다이하쓰 주식을 사들여 100% 자회사로 만들기로 했다. 닛산은 미쓰비시 주식 34%를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한다. 자동차 리서치업체인 켈리 블루북은 현재 8곳인 일본 대형 자동차 회사가 2021년 3~4곳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켈리 블루북의 칼 브라우어 선임 분석가는 "앞으로 5년간 일본 자동차 회사들은 합병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라면서 "대형 업체가 아닌 이상 늘어나는 R&D 투자 비용을 감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자동차 업계는 이번 일본차 스캔들로 인해 반사이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도요타·폴크스바겐과 달리 스즈키·미쓰비시 등 최근 문제된 일본 자동차는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의 직접적인 경쟁 상대가 아니다"라며 "다만 모든 자동차 회사가 이번 사태를 거울삼아 기술 개발의 정도(正道)를 걸어야 한다는 교훈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래픽] 계속되는 일본 자동차 업계 스캔들 / 일본 자동차 시장 업체별 점유율 기고자 : 김수혜 신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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