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대학 구조조정이 거꾸로 가고 있다. 대학 입학생이 계속 줄어들어 이에 맞춰 대학 정원을 조정해야 하는데, 우수한 평가를 받은 대학은 입학 정원을 줄이는 반면 부실(不實) 대학은 오히려 정원을 그대로 유지한 곳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실대를 없애고 건실한 대학을 육성하자는 취지와 달리 대학 구조조정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본지가 전국 4년제 대학 192곳의 최근 4년간 입학 정원(정원 내 기준)을 비교한 결과 지난해 정부 대학 평가에서 A등급을 받은 34개교 중 29개교(85%)가 정원을 감축한 반면, E등급을 받은 6곳 중 절반인 3곳은 정원을 한 명도 줄이지 않았다. 또 A등급을 받은 대학은 입학 정원을 4년간 3800여 명 줄였지만, 최하위 E등급의 부실 대학은 입학 정원을 1024명 줄이는 데 그쳤다. 예를 들어 A등급 대학 중 연세대는 입학 정원이 91명 줄었으며, 고려대 74명, 성균관대 171명, 한양대 105명이 감축됐다. 또 전남대(349명), 전북대(249명), 충북대(236명) 등 거점 국립대들도 입학 정원이 큰 폭으로 줄었다. 반면 E등급을 받은 대학 6곳 중 대구외대, 루터대, 서울기독대는 정원을 한 명도 줄이지 않았고, 신경대 11명, 한중대 130명, 서남대가 883명을 줄였다. 서남대는 2013년 당시 이사장이 1000억원대 교비 횡령 혐의로 구속되면서 입학 정원을 대폭 줄였는데, 이를 제외하면 E등급 대학 5곳의 입학 정원 감축은 141명에 불과한 셈이다.

이는 박근혜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 방식이 부실 대학을 퇴출시키는 정공법이 아니라 재정 지원을 미끼로 대학 정원 감축을 유도하는 식이어서 이에 따른 부작용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정부 사업에 지원하는 건실한 대학들은 사업을 따내기 위해 정원을 줄였지만, 아예 가망성이 없어 정부의 예산 지원을 포기한 일부 부실대는 정원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실대 정원을 강제로 줄일 수 있도록 한 '대학 구조 개혁에 관한 법률안'은 지난 2년간 국회에서 낮잠을 자다 19대 국회에서 19일 결국 자동 폐기됐다. 기사 A3면 기고자 : 안석배 정경화
본문자수 : 1070
표/그림/사진 유무 : 없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