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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여름 기운이 돌기 시작한다는 절기 '소만(小滿)'이었습니다. '소만 바람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라는 속담은 옛말이 되고 말았네요. 84년 만에 이맘때 최고기온 기록까지 갈아치웠습니다. 수도권에는 때아닌 폭염특보가 내려지고 긴급 재난 문자가 전송되었지요.

불볕더위가 조금은 당혹스럽습니다. 물론 2주 전의 강풍처럼, 이례적인 날씨는 이제 낯설지 않은데요. 5월에 한여름 더위가 지속되니 계절 자체가 통째로 바뀌어버린 것 같습니다. 매년 여름을 알리는 광화문 성공회 성당의 장미꽃도 일찌감치 자태를 뽐내고 있고요. 거리에는 반소매 티셔츠에 선글라스 끼고 아이스커피를 든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회사에는 에어컨도 가동되었지요.

그래도 아침저녁으로는 아직 5월임이 분명합니다. 밤 바람이 선선하고 겉옷도 입어야 합니다. 달빛에 빛나는 나뭇잎에도 봄기운이 촉촉합니다. 한낮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지요. 늦은 밤 퇴근길에 마주한 이 풍경이 떠나는 봄의 뒷모습인 것 같아 아쉬웠습니다. 올해는 날씨 레터를 쓰면서 봄을 눈여겨보고 의미도 붙였기에 정이 더 많이 들었거든요.

여름의 특징인 '더위'가 반갑지만은 않지요. 급히 돌진해온 폭염 때문에 곤란한 분도 많으실 겁니다. 저는 결혼식 진행을 자주 맡는 편인데, 대본을 썩 많이 고쳐 써야 했답니다. 5월의 신부들에게는 "맑고 포근한 5월의 날씨 같은 일들이 가득하길 소망합니다"라는 축복의 인사를 드리곤 하는데, 이번 주는 꽤 고민이 되더군요. "이례적인 5월의 폭염처럼, 늘 뜨겁게 사랑하는 가정이 되실 거라 전망합니다"로 바꿔보았습니다. 그러고 보면 날씨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네요.

이번 주말에도 한낮은 매우 뜨겁습니다. 덥고 자외선 지수가 높다고 찡그리지는 마세요. 다가온 새 계절을 반갑게 느껴보시길. 진정한 한여름과는 달라서 저녁에는 열기가 금세 식을 거예요. 건강을 위해 일교차 주의하십시오. 무려 15도 이상 크게 벌어집니다. 다음 주 화요일에 비가 오면서 기온이 내려갈 전망입니다. 기고자 : 이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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