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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새벽 서울 강남역 근처 상가 건물 화장실에서 정신질환자의 흉기에 찔려 숨진 피해 여성(23)을 애도하는 움직임이 대학가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피해 여성을 애도하는 포스트잇으로 뒤덮인 강남역 10번 출구 '추모의 벽' 앞엔 20일에도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전날 500여개였던 조화(弔花)와 꽃다발은 하루 만에 1600여 개로 늘었다. 오후 7시 30분부터는 1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피해 여성을 추모하는 집회가 열렸다.

이날 부산 부산진구 주디스태화백화점 앞에 있는 하트 모양 조형물에는 피해 여성을 애도하는 포스트잇 수백 장이 붙여졌다. 대전과 대구의 지하철역 출구 난간에도 강남역 10번 출구와 같은 '추모의 벽'이 마련됐다. 고려대·성공회대·영남대 등 대학 캠퍼스에도 추모 게시판이 설치됐다.

강남역 추모의 벽 앞은 전날에 이어 엄숙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날 오후 3시 40분쯤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이 추모의 벽을 찾았으나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직장인 이모(33)씨는 "여성들이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고 반응하니까 그제야 정부가 나섰다"며 "진작에 대책을 마련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일부 정치적 성향을 가진 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이번 사건은 정부 책임"이라는 취지의 연설을 했다가 "왜 주최자인 척하느냐" "정치적 이익을 위해 여성을 이용하려 하지 마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강남역에서 시작된 애도가 전국으로 확산되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여성 혐오범죄인가 아닌가 하는 범죄의 성격 논쟁을 뛰어넘어 여성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의 불안감 표출이란 새로운 사회적 현상으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진욱 서강대 교수(여성학)는 "여성들이 그동안 일상생활 속에서 느껴 온 공포감과 부당하다는 감정을 한꺼번에 표출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범인 김모(34)씨의 조현병(정신분열증)은 중학교 때부터 시작된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는 2010년경 개신교 계열의 한 신학원에 진학했지만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중퇴했다. 그는 신학원을 중퇴한 뒤 서울의 한 교회에서 직원으로 일했지만, 교회 신도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교회 여성들이 나를 무시했다"고 진술했지만, 이는 김씨의 피해망상일 뿐이고 실제로는 교회 여신도들과 거의 접촉이 없었다. 지난 3월 말 교회 일을 그만두면서 가출한 그는 강남역 일대 건물 화장실과 계단 등에서 쪽잠을 자면서 지냈다. 생계는 식당 서빙 아르바이트 등으로 해결했다. 그러나 식당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해 여러 업소를 전전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경찰은 밝혔다.
기고자 : 백수진 양승주 김선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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