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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감독이 나만큼 해낼 수 있을 것 같은가."

22일 잉글랜드 FA(축구협회)컵 결승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크리스털 팰리스의 결승전(런던 웸블리 스타디움). 경기가 끝나고 판 할(65·네덜란드) 맨유 감독은 기자회견장을 찾아 굳은 표정으로 우승컵을 내려놨다. 그는 "여기 우승컵이 있다"며 입을 열었다. 경기는 맨유가 2대1 연장 역전승을 거둬 12년 만에 FA컵 우승을 차지했지만, 판 할 감독은 웃지 못했다. 경기 전부터 BBC를 비롯한 영국 현지 매체들이 '판 할 경질, 주제 무리뉴 부임 예정'이라고 보도했기 때문이다.

우승과 동시에 경질을 앞둔 판 할 감독은 하고 싶은 말을 모두 쏟아냈다. "6개월 전부터 이미 나를 경질했던 언론 관계자들과는 이야기(경질설)를 나누고 싶지 않다"고 쏘아붙였다. 맨유는 2013년 퍼거슨의 은퇴 이후 이번 FA컵 우승 전까지 이벤트 매치인 커뮤니티 쉴드를 제외하고 정규리그와 컵대회를 포함한 모든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했다. BBC는 "맨유는 FA컵 결승전이 열리기 전에 무리뉴와 합의를 마쳤고, 판 할이 경질되고 무리뉴가 다음 시즌 맨유 감독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믹스트존을 빠져나오는 선수들에게 기자들이 "판 할이 다음 시즌 감독이었으면 좋겠냐"고 묻는 어수선한 상황이었다.

2014년 3년 기한으로 맨유에 부임한 판 할의 계약기간은 아직 1년이 남았다. 하지만 맨유는 이번 시즌을 리그 5위로 마쳐 다음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실패했고, 구단은 중계권료와 대진료 등 수백억원의 수입과 흥행이 걸린 챔피언스리그 진출 실패에 실망해 경질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경기는 크리스털 팰리스가 후반 33분 제이슨 펀천의 선제골로 리드를 잡았으나, 3분 뒤 맨유의 후안 마타가 동점골을 뽑아내면서 연장 승부로 이어졌다. 맨유는 연장 후반 제시 린가드가 결승골을 뽑아내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크리스털 팰리스 소속 이청용은 이날 명단에 들지 못했다. 언론에 자신을 비난했다는 이유로 이청용에게 벌금 징계를 내린 앨런 파듀 크리스털 팰리스 감독은 선제골 직후 카메라 앞에서 춤을 추며 세리머니 했으나 3분 만에 동점골을 내줬다. 영국 현지 중계진은 춤을 추는 그에게 "진정해야 한다. 아직 경기 시간이 많이 남았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