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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갓 서른을 넘긴 경찰관 박덕락은 파출소 발령을 받아 난생처음 청소년 업무를 맡게 됐다. 관내 청소년들을 살피다 우연히 초등학생 박미선·박우정 자매의 집을 방문했다. 자매는 외할머니와 함께 근근이 살아가고 있었다. 집세는 물론 당장 내일 끼니를 걱정해야 할 처지였다. "제 아이들과 나이가 비슷했어요. 자매가 사는 모습을 보고 도저히 그냥 발길을 돌릴 수 없었죠." 박덕락은 경찰관 박봉을 쪼개 월 10만원씩 2년간 자매에게 생활비를 보냈다. 박씨가 미선·우정 자매를 돕는다는 소식을 듣고 2001년부터는 파출소 방범자문위원들이 뜻을 함께했다. 이렇게 결성된 후원단체 '뜻있는 곳'의 회원 수는 40여명에 달한다.

대구경찰청 성서경찰서 박덕락(51) 경위의 도움으로 생활고를 덜고 학업을 마칠 수 있었던 소년·소녀가장은 지금까지 60명에 이른다. 박 경위가 이들에게 지원한 금액만 2억3000만원이 넘는다.

2011년부터 박 경위는 동창생 5명과 함께 자신이 졸업한 명덕초등학교의 소년·소녀가장도 후원하고 있다. 박 경위는 "동창회를 하다가 문득 '의미 없이 시간을 보내지 않고 뜻 있는 일을 해보는 게 어떨까' 제안했는데, 동창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줬다"고 했다. 박 경위가 결성한 '덕우회'는 현재까지 명덕초 소년·소녀가장들에게 480만원 상당의 생활 지원금을 건넸다.

소년·소녀가장 후원뿐 아니다. 박 경위는 1999년 '무궁화 봉사단'을 결성해 대구·경북 지역의 노인 복지시설에 찾아가 자원봉사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가 지난 18년간 노인 복지시설 등을 찾은 것은 총 115회 800시간이 넘는다. 박 경위는 "중국집을 운영하는 회원에게서 배운 기술로 짜장면을 직접 만들어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오래된 방충망을 가는 등 힘 쓰는 일을 맡아 한다"며 "위문 공연으로 어르신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 경위는 "후원받은 학생들이 잊지 않고 찾아와 주거나 편지를 보낼 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아이들이 편지를 보내오면 회원들이 모여 함께 편지를 읽는데, 그때 얻은 힘으로 봉사를 계속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최근에는 그의 후원을 받았던 한 학생이 100만원을 들고 찾아와 돌려보내기도 했다. 그가 후원했던 아이들이 대학에 들어가고 취업한 후 찾아와 기부 의사를 밝히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20년 전 박 경위가 처음 후원을 했던 미선·우정 자매는 이제 성인이 됐다. "한 아이는 결혼해 가정을 꾸렸고, 다른 한 아이는 간호사로 다른 사람을 돕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저뿐 아니라 '뜻 있는 곳' 회원 모두 아이들을 돕는 일을 계속 해 나갈 것입니다."

기고자 : 유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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