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총선이 지난 뒤 정치권에선 각종 정계 재편설이 나돌고 있다. 본지는 정계 개편에 대해 본인이 많은 얘기를 하고 있고, DJP 연합 등으로 실제 해본 경험도 있고, 정치권에 대한 정보도 많이 갖고 있는 국민의당 박지원〈사진〉 원내대표에게 전망을 물어봤다. 그는 23일 본지 인터뷰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새누리당 친박(親朴) 진영과 손잡고 대선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손학규 더불어민주당 전 상임고문은 독자 세력화에 나설 만한 결단력을 보여주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대선을 앞두고 정계 개편의 가능성은 상존(常存)한다고 봐야 한다"며 "특히 여권의 경우 뚜렷한 후보가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그런 개연성이 더욱 높다"고 했다. "여권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여야를 아우르는 정치적 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①"반기문 출마 가능성 높다"

박 원내대표는 여권의 대선 후보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주목했다. "주변에서 반 총장에 대해 '대선 후보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 없다' 말이 많은데 나는 상당히 높다고 본다"며 "대선 후보는 권력욕이 있어야 하는데 반 총장은 외교관 출신으로 그런 출세에 대한 욕구가 매우 강한 사람"이라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김영삼 정부 시절 청와대 외교안보·의전 수석을 했던 사람이 정권 교체로 인해 어려운 상황이 됐는데도 외교부 장관을 하기 위해 무척 노력을 했었다"며 "그게 뜻대로 되지 않자 한승수 유엔 총회 의장 비서실장으로 따라나섰다가 결국 유엔 사무총장까지 올라간 것을 보면 권력에 대한 의지가 강한 것"이라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어 "주변 사람들이 '반기문 대통령'을 내걸고 꾸준히 여야(與野)를 '노크'해왔다는 점도 지나칠 수 없다"며 "결국 반 총장이 여권 주류인 친박의 대선 후보로 나서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박 원내대표는 "친박의 '꽃가마'를 타는 방식으로 추대돼서 여권의 유일 대선 후보가 될 수는 없으며 국민도 그런 모양새를 바라지는 않을 것"이라며 "스스로 무엇인가 개척하는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고도 했다.

②"김종인·손학규 연대 가능성 있다"

박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의 임기가 끝나는 시점인 '8말9초(8월 말~9월 초)'에도 의미를 뒀다. "문재인 전 대표와 함께 갈 생각이 없는 김종인 대표가 사실상 정계 복귀 의사를 드러낸 손학규 전 상임고문을 끌어들여 당내에서 2012년 대선 경선의 '리턴 매치' 국면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고 했다. 2012년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에서 손 전 고문은 문 전 대표에게 뒤진 2위에 그쳤었다. 박 원내대표는 그러나 "친노(親盧)가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기 때문에 당내 손 전 고문의 측근을 비롯한 비노(非盧) 의원들이 똘똘 뭉친다 해도 이길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서 "그렇기 때문에 손 전 고문은 국민의당에 와서 안철수 대표와 대선 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그래도 안 대표는 친노와 달리 열린 마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가 국민의당에 몸담고 있다는 점 때문에 정치권에선 "'희망 사항'을 말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③"손학규 독자 세력은 어렵다"

박 원내대표는 손 전 고문의 창당 등 독자 세력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손 전 고문의 성품이 훌륭하기는 한데 그래서 자기 계파를 요란하게 챙기지 못하는 스타일"이라며 "실제로 손 전 고문이 세력화에 나설 경우 더민주나 국민의당을 탈당해 따라나설 인사가 별로 없을 것"이라고 했다. 또 "막상 나라를 맡기면 잘 이끌 것 같은 사람이긴 한데 정치적으로 확 치고 나오는 게 늘 부족했다"며 "이번에도 자기 세력을 만들어 대선에 나설 만한 결단력을 보여주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④"새누리당은 분당 않을 것"

박 원내대표는 새누리당 비박(非朴)계의 탈당 가능성에 대해서도 "여당만 오래했던 속성 때문에 막상 당을 떠나는 사람은 아주 소수에 그칠 것"이라며 "정의화 국회의장, 손 전 고문, 새누리당 비박계가 뭉친다 해도 원내 교섭단체 구성 같은 '큰 보따리'를 싸지는 못할 것"이라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그러나 "정 의장이 싱크탱크 '새한국의 비전'까지 출범시킨 것을 보면 꾸준히 노력할 것으로는 보인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차기 대선 관련한 호남 민심에 대해 "결국 호남은 정권 교체 가능성이 있는 야권 지도자를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