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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 유럽연합(EU) 탈퇴 여부를 결정하는 이른바 '브렉시트(Brexit)' 국민투표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다음 달 23일 실시되는 브렉시트 국민투표는 1975년 유럽경제공동체(EEC·EU의 전신) 시절 실시된 이후 41년 만이다. 영국은 1973년 EEC에 가입했다.

최근 여론조사는 'EU 잔류' 의견이 '탈퇴'를 약간 앞서고 있다. 여론조사업체 오피니엄이 지난 17~19일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터넷 설문 조사에서는 잔류를 원한다는 응답이 44%로 탈퇴(40%)를 앞섰다. '입소스모리' '유고브' 'ORB' 등의 조사에서도 잔류가 4~15%포인트 정도 우세했다. 반면, TNS 조사에서는 탈퇴(41%)가 잔류(38%)보다 더 높았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메르켈 독일 총리,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등 세계 각국 지도자들은 "영국이 EU 안에 남아야 더 강해질 것"이라며 잔류를 지지하고 있다. 유엔과 국제통화기금(IMF), 나토 등 국제기구들도 브렉시트가 영국은 물론 유럽과 세계경제에 큰 충격을 주고, IS 등을 상대로 한 대테러 전선도 약화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영국 국민들의 탈퇴 지지세는 여전히 강력하다. 차기 총리 후보 1순위로 거론되는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 등이 탈퇴 진영을 이끌고 있다. 탈퇴 측은 "EU가 갈수록 힘이 커지면서 영국 민주주의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EU가 각종 규제를 남발해 영국 경제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탈퇴론자인 이언 덩컨 스미스 전 고용연금부 장관은 "이민자들 때문에 영국 국민들이 일자리를 잃거나 저임금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며 "EU 탈퇴만이 해결책"이라고 했다. 이들은 또 매년 EU에 내는 182억파운드(약 31조6000억원)의 분담금을 국내로 돌려 경제성장과 교육, 보건 등에 투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캐머런 총리를 필두로 한 '잔류' 진영은 "브렉시트는 영국을 어둠 속으로 뛰어들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영국 재무부는 최근 EU 탈퇴 시 2030년까지 영국 GDP가 6% 줄고, 가구당 4300파운드(약 750만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브렉시트가 투자 감소와 경기 침체, 향후 2년 내 50만개 일자리 감소 등으로 이어질 것이란 경고도 나온다.

브렉시트 시도 배경에는 유럽의 국제 정치적 역학 관계도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이 EU 주도권 경쟁에서 독일과 프랑스에 밀리고 있는 것이 브렉시트의 한 배경이라는 것이다. 텔레그래프는 "영국은 EU 안에서 이미 오랫동안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 현상)을 겪고 있다"며 "'날마다(day by day)'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어 독일이 유럽의 패권을 쥐고, EU가 베를린을 중심으로 단일화되는 상황을 피할 수 없다"고 했다. 귄뢰이그손 전 아이슬란드 총리도 "EU 내 프랑스·독일의 주도적 동맹 관계 속에서 영국은 서서히 사그라드는 권력"이라고 했다. 유명 가전 제품 브랜드인 '다이슨'의 제임스 다이슨 회장은 "독일에 의해 좌우되고 괴롭힘을 당하는 유럽 시장에 남아 있고 싶지 않다"며 브렉시트 찬성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영국의 뿌리 깊은 유럽 대륙에 대한 반감도 브렉시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유럽 대륙에서 한 발짝 떨어져 '영광된 고립(splendid isolation)'을 추구하려는 전통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유럽개혁센터 찰스 그랜트 책임자는 "영국의 독특한 역사로 인해 영국인들은 EU 내에서 불편함을 느끼고, 다른 어떤 EU 국가들보다도 '통합된 유럽'이라는 개념에 적대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했다.

☞브렉시트(Brexit) : 영국 뜻하는 Britain과 EU 탈퇴의 Exit를 합친 말

브렉시트(Brexit)는 '영국(Britain)'과 '탈퇴(Exit)'를 뜻하는 영어 단어를 합친 말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의미하는 신조어다. 작년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19개국) 탈퇴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유행하기 시작한 '그렉시트(Greece와 Exit의 합성어)'와 함께 널리 쓰이고 있다.

영국의 브렉시트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EU의 전신(前身)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가입한 지 2년 만인 1975년에도 EEC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했다. 당시엔 67%가 잔류에 찬성했다. 이후 40년이 지난 2013년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2017년까지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작년 5월 총선에서는 "EU 내 지위 변화를 시도하기 위해 EU와 협상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워 당선됐다.

캐머런 총리는 재선에 성공한 뒤 올 2월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영국의 EU 잔류를 위한 협상안을 최종 타결했다. 이 협상안을 바탕으로 EU에 남을지 여부를 결정하는 국민투표가 다음 달 23일 실시된다.

[그래픽] 영국·독일·프랑스의 각종 지표 / 영국의 브렉시트 찬반 쟁점 기고자 : 장일현 오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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