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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칼라 시인' 켄 로치(80) 감독의 '아이, 대니얼 블레이크'가 22일(현지 시각) 폐막한 제69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그는 10년 전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으로 이 상을 받은 바 있다.

'아이, 대니얼 블레이크'는 심장병 때문에 일을 그만두게 된 목수가 실업보험을 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담았다. 영국의 관료주의와 비인간적인 복지제도를 비판하면서도 노동자들의 연대 의식을 따뜻하게 그려냈다. 실업, 연금제도, 사회적 안전망 등 영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어디서나 겪고 있는 문제를 재치 있고, 차분하게 다뤄 많은 공감대를 얻었다. 로치 감독은 수상 무대에서 "세계는 우리를 거의 파국으로 몰고 갔던 신자유주의의 이상이 추진한 긴축정책이라는 위험한 프로젝트에 사로잡혀 있다"면서 "우리는 또 다른 세계가 가능하고, 필요하다고 외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폐막식 최대의 이변이자 논란은 그자비에 돌란 감독의 '단지 세상의 끝'이 2등에 해당하는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것이다. '스크린 데일리'에서 평점 1.4점(4점 만점)을 받으며 혹평에 시달린 이 작품이 호명되는 순간 기자실에서 중계를 보던 기자들이 야유를 쏟아냈다. 대중문화 전문지 버라이어티는 "칸 심사위원들이 잘못된 판단을 내렸다"고 평했다. 돌란 감독은 초기작부터 계속 칸영화제에 초청을 받았고 2014년 '마미'로 감독상을 받았다.

여성 감독과 여성 단독 주연 영화들이 강세를 보였지만, 앤드리아 아널드 감독의 '아메리칸 허니'만 심사위원상을 받았을 뿐이다. 최고 평점(3.7점)을 받은 독일 여성 감독 마렌 아데의 '토니 에르트만'과 호평을 받은 짐 자무시 감독의 '패터슨', 폴 버호벤 감독의 '엘르'는 수상에 실패했다. 여우주연상은 치열한 접전 끝에 필리핀 출신 브리얀테 멘도사 감독의 '마 로사'에 출연한 재클린 호세에게 돌아갔다. 이란 출신의 아스가르 파르하디 감독이 연출한 '세일즈맨'은 각본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아시아 영화들이 시상식에서 깜짝 강세를 보인 셈이다. 크리스티안 문주 감독의 '바칼로레아(졸업시험)'와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의 '퍼스널 쇼퍼'는 감독상을 공동 수상했다.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가 한국 영화로는 4년 만에 칸영화제 공식 경쟁 부문에 진출했지만 수상에는 실패했다. '아가씨'의 미술감독 류성희는 폐막식 이후 발표한 벌칸상을 받았다. 벌칸상은 촬영, 편집, 미술, 음향 등을 통틀어 가장 뛰어난 기량을 선보인 아티스트에게 주는 상이다.

기고자 : 변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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