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시속 60㎞로 실험하길 다행이지, 더 빨리 달렸으면 충돌할 뻔했어요."

지난달 7일 오후 8시 경기 고양시 킨텍스 인근의 왕복 4차로. 조선일보와 TV조선, 조선닷컴이 크로스미디어(crossmedia) 형식으로 공동 기획한 '안전 해치는 선팅' 시리즈의 제동(制動) 거리 실험이 진행됐다. 교통안전 전문인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설계한 이 실험은 경기 일산경찰서 협조를 받아 평소 통행량이 적은 도로에서 2차로를 부분 통제하고 진행했다.

운전 경력 20년, 15년, 10년인 세 운전자가 앞 유리창 선팅 농도가 70%, 32%, 12%인 차 석 대를 각각 10번씩 몰아 실험했다. 시속 60㎞로 달리다 오른쪽 골목에서 나오는 SUV가 보이면 브레이크를 밟고 완전히 정지한 후 앞차와 거리를 재는 방식이었다.

◇선팅 2배 짙어지면 제동 거리 6m 늘어

실험은 일몰 시각을 넘겨 사방이 어두워진 상태에서 진행했다. 법정 기준치인 70%로 앞 유리를 선팅한 차 운전석에 앉아보니 가로등 불빛 덕분에 약 30m 전방의 교통표지판이 선명하게 보였다. 반면 기준치를 위반해 32%로 선팅한 차에 타자 마치 선글라스를 낀 것처럼 눈앞이 어두워졌다. 가시광선 투과율이 12%로 신문지(11%)와 비슷한 수준인 차에서는 30m 앞에 있는 교통표지판이 아예 보이지 않았다. 장택영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야간에 짙은 선팅을 한 차를 운행하는 것은 폭우가 쏟아지는 날 와이퍼를 켜지 않고 달리는 것만큼이나 위험하다"고 말했다.

반복 실험 결과, 세 차량이 골목에서 튀어나오는 SUV를 보고 완전 정지한 후 남은 거리는 각각 평균 23m, 17m, 14m로 측정됐다. 장 연구원은 "시속 60㎞로 달리는 차는 1초에 약 16.7m씩 움직인다"며 "1초만 늦게 브레이크를 밟았을 경우 선팅 규정을 지키지 않은 차 2대는 골목에서 튀어나온 차와 충돌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험에 참여한 운전 경력 20년의 김경훈(44)씨는 "실험 상황을 미리 알고 대비해서 망정이지, 만일 짙게 선팅한 깜깜이 차를 몰다 실제로 이런 돌발 상황에 닥치면 100% 충돌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짙은 선팅 차량의 사고 위험은 음주 운전과 비슷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이날 실험을 분석한 결과, 야간에 짙게 선팅한 차를 모는 것은 소주 반 병에서 한 병을 마시고 음주 운전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선팅 차의 돌발 상황 반응 속도가 술을 마신 운전자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이 연구소에 따르면, 혈중 알코올 농도 0.05％인 운전자는 시속 80㎞로 운전하다 장애물을 만났을 때 술을 전혀 마시지 않은 운전자보다 약 6m를 더 움직였다. 차량 앞 유리 가시광선 투과율이 70％에서 32％로 떨어졌을 때와 비슷한 수준의 변화다. 개인차가 있지만, 혈중 알코올 농도 0.05%는 대개 소주 서너 잔을 마신 상태다.

연구소 분석 결과, 혈중 알코올 농도가 면허 취소 기준인 0.1％로 상승하면 돌발 상황에서 움직인 거리 역시 2m 정도 늘어났다. 이는 차 앞 유리 가시광선 투과율이 32％에서 12％로 변했을 때 약 3m를 더 움직인 것과 비슷하다. 혈중 알코올 농도 0.1％는 성인 남성이 소주를 대여섯 잔 마셨을 때 나오는 수치다. 장 연구원은 "짙은 선팅을 하면 창문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량 자체가 대폭 줄어들어 판단이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그래픽] 시속 60㎞로 달리다… 선팅차의 돌발 상황 대처능력

기고자 : 김석모 박상현
본문자수 : 1770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