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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소득 환류세제'란 난해한 이름을 볼 때마다 부끄럽다. 원래 취지는 기업의 '사내유보금'에 과세하는 것이었다. 기업이 돈을 벌어도 투자를 하지 않고 사내유보금으로 쌓아놓는 게 문제이니 이 유보금을 배당이나 임금으로 풀어줘야 소비가 는다는 게 명분이었다. 간헐적으로 나오던 이 주장은 재작년 여름 초이노믹스(최경환 당시 부총리의 경제정책)가 부상하며 급물살을 탔다.

그러나 '기업이 투자 않고 쌓아놓은 돈이 사내유보금'이란 말부터 틀렸다. 사내유보금은 회계용어로, 순이익에서 배당을 뺀 나머지다. 기업이 수조원 투자를 해도 흑자를 보면 사내유보금은 는다. 한마디로 투자와는 직접 관계가 없다. 사실상 무지(無知)에 바탕한 이 주장은 2014년 이전에도 오랫동안 미디어를 장식했지만 걸러지지 않았다. '사내(社內)'와 '유보(留保)'라는 한자 단어로 의미를 유추한 뒤 하고 싶은 얘기에 끌어댄 셈이다.

한데 번지수를 잘못 찾은 통계로 힘이 붙은 논의는 입법까지 굴러갔다. 애초부터 무모했던 '유보금 과세'란 표현은 입법 과정에서 '과도한 현금성 자산 줄이기'로 개선됐지만, 이번엔 소득과 투자·배당·임금 상승을 복잡하게 연계하고 '소득 환류'란 알쏭달쏭한 단어를 넣은 정체불명의 법안이 등장했다. 도입 당시 계산해본 대상 기업은 700개 정도였는데, 그 기업들만 압박하면 국내 소비가 늘 수 있다고 판단한 건지 의문이다. 게다가 사내유보금과 거의 무관한 법이 됐는데도 아직 일부 미디어는 여전히 '사내유보금에 과세하는'이란 수식어를 붙인다.

그럼 실행은 제대로 됐을까. 세법 시행규칙 개정 때 10조5500억원에 달하는 현대차그룹의 한전 부지 매입을 '투자'로 볼지 문제가 불거졌는데, 결국 업무용 부동산 투자도 '투자'로 인정했다. 기술적인 문제로 들어가자 기업이 놀리는 자산을 개인으로 이전시킨다는 애초의 목적에서 점점 벗어나기 시작했다. 막상 현대차그룹은 배당과 다른 투자가 많아 부지 매입의 세금 추가 감면 효과는 거의 없다는 입장이다.

기업 대응은 성실했을까. 복잡한 규제일수록 빠져나갈 구멍은 많은 법이다. 투자나 임금 인상은 모두 기업의 지속적인 부담이다 보니 기업들은 주로 배당을 늘리는 데 주력했다. 그러나 배당이 늘어나도 외국인과 대주주 몫을 제외하면 경기부양 효과가 얼마나 남아 있을지 의문스럽다. 제도를 시작할 때부터 예상됐던 상황인데, 결국 그대로 되고 말았다. 게다가 배당 확대를 역설하던 정부는 사령탑이 바뀌자 이젠 기업이 투자는 않고 배당해서 문제라며 단견(短見)을 과시라도 하는 것 같다. 결국 우리 수준은 이 정도였던 모양이다.

3년의 한시법으로 시한이 2년 정도 남았는데 지금이라도 투자나 상생을 유도하도록 고쳐야 한다는 얘기가 최근 야당에서 나오고 정부도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투자나 상생이 필요하다면 별도의 법안으로, 정공법으로 정책을 펼 일이다. 어설프게 땜질하느니 없애길 권한다. 도입 당시 정부는 '가지 않은 길을 가 보는 것'이라는 논리도 폈다. 과감하게 새로운 시도를 해봤지만 실패했다고 하면 깔끔해 보이기라도 한다. 기고자 : 최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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