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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영어 사교육을 하는 걸까. 학교에서 영어를 배운 이들은 대부분 '학원에 다니지 않으면 영어를 제대로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영어는 피아노 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한다. 이론만 안다고 되는 게 아니다. 익숙해지도록 연습할 시간과 교육이 필요한데 '학교에서 배정한 교육 시간' 즉 시수(時數)만으로는 목표에 도달하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학습자들이 친숙하고 일반적인 주제에 관한 기본적인 영어를 이해하고 표현하는 능력을 갖추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우리 교육부가 설정한 중학교 영어 교육 목표다. 학생들은 초등학교 3~4학년은 일주일에 40분씩 2시간, 4~5학년은 40분씩 3시간 배우고, 중학교 가면 3년간 일주일에 45분씩 3.3시간을 배운다. 이렇게 배워서 과연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우리 정부의 교육 정책은 개인적으로 노력하라고 주문하는 것 같다. 무책임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지난 정부 때는 이를 보완하려고 방과 후 학교에 영어를 대폭 강화하는 정책을 시행했지만 현 정부 들어서 이마저도 사라졌다. 사정이 이러니 학생과 학부모들은 생돈을 써가면서 영어 학원을 찾아나서는데 이마저도 학원마다, 강사마다 실력이 들쭉날쭉하다. 결과적으로 서민 자녀만 영어 교육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영어 교육 얘기를 하는 것은 우리 정부의 경제정책도 이를 닮은 게 아니냐는 생각에서다. 해법이 보이지 않는 목표를 설정하고 거기에 매달린다는 점에서 그렇다.

구조조정과 관련해 이병남 보스턴컨설팅그룹 서울사무소 대표는 "당장의 실행과 추진 못지않게 정교한 해법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한다. 우리는 목표 달성에 마음이 급해서 준비를 철저히 하지 못하는 실수를 자주 저지른다. 지금 심각한 위기에 봉착한 해운업도 마찬가지다. IMF 외환 위기 직후 해운업에 대한 정교한 이해도 없이 부채비율 200%를 급히 맞추기 위해 보유 중인 배를 팔도록 했다. 그러다가 2006년과 2007년에 해운업 호황을 맞게 되자 비용을 과하게 물어가며 무리해서 배를 빌린 게 오늘날 위기의 핵심이라고 한다.

우리 사회는 준비하는 시간을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보내는 시간이라고 몰아붙이곤 한다. 하지만 제대로 계획을 세우고 해법을 찾기 위해 쓴 '모색의 시간'은 실행 못지않게 중요하다. 조선업 구조조정도 대충 인력 줄이고, 합병하는 단순 해법으론 안 된다. 1980년대 그런 구조조정으로 망가진 일본 조선업이 산 증거다. 미안한 얘기지만 지금 우리 금융 관료나 은행 관계자들이 제대로 된 조선업 구조조정을 이끌 능력이 있는지 의문시된다. 필요하다면 '축구의 히딩크'처럼 해외 전문가를 데려와서라도 정확하고 구체적인 계획과 해법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 후손들도 대대로 먹고살 수 있는 산업으로 조선업과 해운업이 거듭날 수 있도록 해법을 찾아주기 바란다. 해법은 고민하지 않고 목표만 설정하고 밀어붙였다가 나라 경제가 거덜나면 애초에 설정한 목표가 다 무슨 소용이겠는가. 기고자 : 이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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