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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오후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차로 2시간 30분 떨어진 바소뎅고라 마을의 우물. 집에서 한 시간을 걸어 이곳에 도착한 티지빗(10)양이 15L 물통에 가득 물을 채웠다. 4년 전 이름 모를 돌림병으로 아버지와 어머니를 잃은 소녀는 할머니 대신 매일 세 차례 이 수원지에서 물을 떠 간다. 물 긷는 데만 하루 6시간 걸리는 것이다. 티지빗은 "물통을 꽉 채워 집으로 돌아갈 때는 무게 때문에 지친다"고 말했다.

이 마을에서 '맑은 물'은 꿈같은 존재다. 6월 중순쯤 찾아오는 대우기(大雨期) 전까지는 물을 찾기가 힘들다. 마을은 일부 보리밭을 빼고는 나무 이파리가 말라 비틀어져 있을 정도로 가물었다. 그나마 남아 있는 물웅덩이는 가축 배설물로 오염된 상태다. 물이 정말 부족할 때는 주민들이 이 웅덩이 물을 마시고 장티푸스 같은 수인성(水因性)전염병에 걸린다. 요즘도 이 마을의 절반에 가까운 청소년이 오염된 물을 마시고 복통을 호소하고 있다.

남존여비(男尊女卑) 사상이 강한 에티오피아에서 지역 주민들이 사용할 물을 구하는 일은 순전히 여성의 몫이다. 열 살도 안 된 여자 아이들이 자동차가 달리는 도로를 몇 번이나 건너며 물을 구하러 다닌다. 이러다 보니 어린이들이 학교를 빼먹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루에 몇 시간씩 숲에 가서 나무 땔감을 주워오는 것도 여자 아이들 몫이다.

2007년부터 매년 10억원을 에티오피아에 지원하고 있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이 마을에 우물 하나를 더 만들어주기로 했다. 이 재단은 그동안 에티오피아를 비롯한 해외 빈곤 국가에 220개의 우물을 설치해 4만명 이상의 어린이들이 오염된 식수에 대한 걱정 없이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도록 했다.

하은정 현지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대리는 "아이들이 안전하게 마실 수 있는 안정적인 수원(水源)을 개발하는 것이 아이들이 학교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지름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