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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한 백화점에서 근무하는 이탈리아인 프란체스코 망가노(Mangano·24)씨의 한국에 대한 첫인상은 '짙은 선팅의 나라'였다. 인천국제공항에 내려 처음 탄 택시 유리창이 시커멓게 선팅돼 있었기 때문이다. 망가노씨는 "짙게 선팅된 택시를 타며 '이러다 납치당해도 아무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불안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탈리아는 교통 안전 때문에 운전석 앞과 옆 유리창은 아예 선팅을 금지한다"며 "한국은 선팅 관련 규정이 없거나, 있어도 잘 지키지 않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미국·유럽 같은 교통 선진국 출신 외국인들은 안이 들여다보이지 않을 정도로 짙은 선팅을 한 한국 차량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스위스 출신 사만타 라이셴바흐(Reichenbach·32)씨는 지난해 여름 대전에서 자전거를 타다 짙게 선팅한 차량과 충돌할 뻔했다. 자전거 이용자들은 교차로에서 차량과 마주치면 누가 양보할지 운전자와 수신호를 교환하는데, 짙은 선팅 때문에 운전자의 얼굴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의 검은색 고급 세단 차량은 죄다 검은색으로 선팅돼있다"면서 "마치 마피아(이탈리아 범죄 조직) 차량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이나 유럽은 한국과 비슷한 수준의 선팅 규정을 갖고 있지만, 단속은 한국보다 훨씬 엄격하게 한다. 독일은 선팅 규정을 위반한 차량을 적발하면 범칙금과 함께 운행을 금지시키고 있다. 영국은 경찰이 현장에서 선팅 필름을 제거한다.

짙은 선팅이 범죄에 악용될 것을 우려하는 외국인도 많다. 한국인 남편을 둔 브라질 출신 안나 파우스타(Fausta·37)씨는 "치안(治安)이 좋지 않은 남미 국가들은 선팅 차량이 강도나 납치에 악용되지 않도록 선팅을 금지한다"면서 "한국 치안이 브라질보다는 훨씬 좋지만, 범죄 예방 차원에서 적어도 육안으로 차량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기고자 : 김선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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